성균관대학교 웹진

독자투고

글 : 한지윤 영어영문학과15

인생영화란 무엇일까? 거창하게 말하면 누군가의 가치관, 삶을 흔든 영화일 수도 있고, 연관 검색어에 잘 뜨는 것처럼 죽기 전엔 꼭 봐야 하는 영화거나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영화일 수도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배우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일 수도 있다. 나의 인생영화관의 기준은 다시 한 번 꺼내보고 싶은 영화이다. 나는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본 그때 그 느낌을 갖고 가고 싶다는 좋은 변명도 있지만 사실은 똑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 보고 나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문득 한 장면이 떠오르는 영화, 누군가가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 두고두고 나중에라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뚜렷한 취향도 가치관도 없는 내가, 꺼내 보고 싶은 이유도 가지각색인 영화, 드라마를 몇 개 소개하고자 한다.

Broad church(브로드처치) 시즌 1,2

17년 2월에 시즌 3도 나왔지만 필자가 아직 시즌3을 안 봤기 때문에 시즌 2까지만 추천한다. 장르는 범죄 스릴러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영국 드라마인 ‘셜록’과 같은 드라마를 떠올린다면 전혀 다르다. ‘살인’이 일어났다는 사실 빼고는 단조롭다는 느낌마저 들지만 어떤 범죄 수사 드라마보다 현실에 가깝다. 수사관의 추리 활동도 실제 같아서 답답한 면이 있다. 아이가 살해되고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상처, 주변인들의 시선 등을 복합적으로 잘 담아내 살인사건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지를 한번에 볼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하고 추리에 들어가서 난관을 만나지만 잘 해결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수사물의 과정을 깊고 섬세하게 풀어낸 드라마, 자연스럽게 ‘나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종종 생각나는 영화이다.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필자도 정주행 할 만큼 화려한 추리, 긴장감이 없고 어울리지 않는 두 수사관이지만 충분히 몰입하여 볼 수 있다. 특히 시즌 1,2의 마지막 부분은 두고두고 생각난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The Brand New Testament);2015

이 영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독창적인 신성모독’, 상상력을 바탕으로 ‘신’의 영역을 너무나 쉽게 끌어내렸다.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이런 신이라면 오히려 믿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신이 그래서 그래. 가끔 우리는 나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다독여 주는 이보다는 나와 같은 실수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보고 아픔을 위로 받지 않나. 생각이 많을 때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이다. (이 영화의 감독인 ‘자코 반 도마엘’의 다른 작품인 미스터 노바디도 추천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영화)

Last Night ; 2010

‘키이라 나이틀리’ 라는 여배우가 좋아서 보기 시작한 영화, 위에 추천한 ‘이웃집에 신이 산다’와는 반대로 많은 생각을 하고 싶을 때 추천하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인 ‘사랑’, 현실적인 ‘유혹’에 부딪힌 두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용은 특별할 게 없지만 내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눈빛,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아슬아슬한 감정 줄타기에서 그 두 사람은 분명 변했다. 마지막 남자 주인공 ‘마이클’의 독백 ‘I love you’와 여주인공의 표정이 무엇보다 깊은 여운을 준다.

American Beauty; 1999

한 미국 중산층 가정이 내적으로 몰락하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막장’에 가깝다. ‘막장’ 드라마를 보는 장점 중 하나는 드라마를 보고 나면 현실에서의 나의 일들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본 영화도 그러하다.

한 가정의 극단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내용과는 달리 이 영화의 제목은 American beauty이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각자 뚜렷한 개성과 문제적 삶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보여주기’ 식의 삶이다. 열심히 돈을 벌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쿨(cool)해 보이는 ‘척’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내적으로는 얼마나 곪아있는지 보여준다. 보여주기 식 삶에 염증을 느끼는 아빠와 완벽주의자 엄마, 가족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떠나기만을 기다리는 딸, 어딘가 이상한 옆집가족과 딸의 친구들 이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개성과 각자의 문제점을 가지고 영화에 녹아있다.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영화, 모든 이들에게는 각자의 Beauty가 있고 열정이 있다. 우리는 좀 더 단순하게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적의 문; 2006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어른을 위한 동화’. 본인의 이기심을 위해 한 소녀에게 들려주기 시작한 동화지만 결국 이로 인해 위로 받은 사람도 본인이다. 환상적인 뛰어난 영상미와는 반대로 잔인한 속사정의 괴리가 오히려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인 진실을 담은 어른이 쓴 동화, 그 위에 아이의 시선으로 덮어 예쁘게 장식한 책을 본 기분이었다. 사실 내용을 차치하고 영상만을 보더라도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본 영화의 장면들이 실제로 배경을 가지고 (CG없이!)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극단적으로 우울하고 의욕이 없을 때 본다면 구원받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 영화이다.

맨 처음 말했듯 위의 영화들은 모두 하나의 기준, ‘오래 기억에 남고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 로 선정한 영화이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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