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독자투고

글 : 교육학과 김소희(15)

"대안학교나 혁신학교 출신들은 좀 망아지 같더라고." 막연히 혁신학교를 좋게만 생각했던 내게 고등학교 친구가 했던 말은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혁신학교 계열의 초등학교를 나온 아이와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는데 그 아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적이라 주변친구들에겐 민폐였다고 했다. 그 때문에 자신도 경기도의 혁신학교들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고,오히려 한 학교에 그렇게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면 굳이 혁신학교가 아니더라도 성과를 낼 수 있을 텐데 괜히 일을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혁신학교'라는 범위를 한정하지 않더라도 교육은 항상 혁명이었다. 루소는 아동을 아동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당시 교회가 주도하던 교육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페스탈로치는 인간의 본성이 같다는 생각아래 당시 특권계급의 전유물이던 교육을 모든 사람에게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빈민교육에 힘썼다. 나아가 프랑스 혁명기 에 콩도르세는 공교육의 제도를 확립했다. 그는 공교육이 공화정치의 근본적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회는 민중에게 교육적인 책임을 진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끝으로 듀이는 프래그머티즘 신조에 입각한 교육원리(도구주의, 실험주의)를 제시하며 교육은 이성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통념을 깼다. 사람들이 보다 좋은 교육의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기에, 교육 사상은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것이다.

오늘날 콩도르세의 공교육제도는 널리 받아지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루소에서 페스탈로치, 그리고 듀이까지 이어지는 아동중심교육은 이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수능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과 상충되는 면이 있어 실천되는데 더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중 듀이의 교육방식은 진보주의 교육의 원천으로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혁신학교들은 열린 형태의 학교 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상호 소통과 협력이 원활히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즉 혁신학교는 학교 내적인 측면에서 학생 중심의 수업 방식, 학생-학생 간 협력 관계 교사-학생 간 배려와 상호작용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일반적인 수업방식의 혁신 이외에도 사회적 가치의 실천이 교육과정 내에 담겨있다. 자발성과 의사소통을 강조하는 학교문화를 바탕으로 하며,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 생활협약 등으로 학생들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도 이끌어낸다. 이 때문에 혁신학교에는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이 없다. 즉, 학생들이 수업에서 소외되는 일이 적다. 이는 일반학교와 달리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경험을 통한 학습, 교사-학생, 학생-학생 간 소통과 협력적 관계 강화, 교육과정과 학생의 삶을 통합하고 학생을 수업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수업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 수업은 교사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교사-교사 간 소통을 통해 완성되어 간다. 즉, 교사는 성찰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학생들의 배움에 초점을 맞추고 획일화된 교육과정에 기대지 않으며, 동료들과 함께 끊임없이 연구함으로써 좋은 수업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학교도 분명 개선돼야 할 점을 가지고 있다. 혁신학교 내부적으로는 협력과 불안이 공존한다. 학습자 중심의 수업이 확연한 장점이지만, 공교육 내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내용을 다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혁신학교의 학생들에게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준다. 학교 밖의 관계적 측면에서 본다면 일반고등학교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도 혁신학교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책은 그것이 일반고등학교 자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특수목적 고등학교, 특성화 고등학교 등 고교 다양화로 인해 문제가 될만한 요소들을 일반고등학교로 밀어 넣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평가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학교 혁신의 일반화를 요한다. 혁신학교에 대한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만족도가 일반학교보다 훨씬 높고 동기부여를 통해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학교가 하나의 실험학교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강제된 혁신을 정부 주도의 위로부터의 개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혁신학교의 일반화는 좋은 사례를 선별해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번 성장학교 별을 방문했을 때 "대안학교의 교육방식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공교육체제와 너무 유리된 것 같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는 학부모님 말은 고등학교 시절 그 친구의 말과 묘하게 겹쳤다. "혁신학교 출신들이 일반학교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재사회화가 필요하다." 대안학교와 혁신학교에서 공교육이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채우려는 시도는 분명 옳은 일이다. 이들과 공교육이 명확히 이분되는 관계가 아니라 연속적인 스펙트럼 위의 관계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학부모는 대안학교를 택함으로써 자녀가 공교육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덜고, 내 친구도 혁신학교 출신의 친구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공교육이 혁신학교의 장점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부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나아가 아이들의 수업참여도나 교사의 전문성 존중과 같은 학교 내적인 요소 이외에도 학교와 지역사회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아이들의 사회참여도를 높이는 학교 외적 요소도 강화해갔으면 한다. 표준화된 결과로 학생들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도덕적 인간을 완성해가는 것, 공교육의 공공성은 그런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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