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인물포커스 | 성대사람들

논어는 공자의 말씀이 담긴 책으로, 현대인들에게 의미있는 가르침을 준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성균논어> 수업을 듣느라 진땀을 뺀다. 어렵고, 따분하고, 어쩔 수 없이 듣는 필수교양 수업으로 여기는 사람도 보인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논어구절을 만화로 흥미롭게 풀어낸 '만화로 읽는 논어 이야기'를 연재 중인 세 사람이 있다. 장현곤, 함영대, 박동진 동문은 우리학교 한문교육과 95학번에 나란히 입학한 이후로 현재까지 서로 절친한 친구이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해오다 논어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뭉쳤다. 장현곤 동문(한문교육 95)이 말하는 친구들과 논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학창시절
저는 소극적이어서 학교에서 수업만 듣고 귀가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서예부에 들어가 학과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수업에 결석해가며 붓글씨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한문교육과 95학번의 남학우들은 인원수가 적어 항상 서로 챙기고 도왔기에 그 가운데에서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학업은 함영대 박사가 언제나 우수했고, 저는 그럭저럭 흥미를 잃지 않는 정도였습니다. 학업과 관련해 기억나는 것은 3학년 2학기 때 한문 원전의 해석을 위해 사나흘 정도 몰입하다가 뭔가를 깨우친 느낌을 받은 일입니다. 그때 느꼈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한데 꼭 집어 무엇을 느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셔틀버스가 없어서 9시 수업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혜화역에서 수선관 강의실까지 뛰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눈에 선한 것은 창덕궁 후원의 단풍입니다. 수선관 강의실에서 보이는 가을의 전경은 성균관대 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입니다. 함영대 박사와 박동진 선생은 신입생 소집 때부터 친해졌습니다. 數와 술에 약하다고 자신을 소개하던 함박사의 모습과 판소리 명창과 동명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박선생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함박사와 술잔을 나누며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것, 늦은 밤까지 함께 서예를 하며 서로의 글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박선생과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다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전을 만화로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했던 일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작업의 출발점입니다.
학창시절에 교사와 만화가를 꿈꿨습니다. 군복무 시절 두 꿈을 놓고 고민했는데, 당시 사회생활을 하고 서른 즈음 입대한 후임이 '둘 다 하면 된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는 희망이 꿈이 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꿈'의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목표에만 매몰되지 않고 과정과 삶이 함께 해야 현실적이고 가치 있는 꿈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의 꿈은 아직 확실치 않고 구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현재 가진 교사라는 첫 번째 직업은 제 삶에 안정을 주고 어린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도 되지만 소중하고 즐겁습니다.

◈ 만화논어를 만들게 된 계기
'만화논어' 작업에 대한 기획은 대동문화연구원장이신 안대회 교수님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었고, 성대출판부 현상철 팀장님과 만남을 통해 구체화 되었습니다.
'논어'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다양한 고전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서적입니다. 우리 조상들 중 많은 지식인은 논어를 경전으로 삼아 그 내용을 모두 외우고 있었습니다. 제가 논어를 처음 접했던 학부생 때는 그 중요성과 가치를 잘 알지 못해 그저 수업의 교재 그리고 유명한 공자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에 진학해 이영호 교수님의 논어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논어의 가치와 깊이를 제대로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 내용이 의미가 있고 오늘날에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점과 동양고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서적이라는 점은 확신합니다.

◈ 만화논어 제작과정
저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만화 작화를 배웠습니다. 만화 입시 학원에서 펜으로 만화용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입필'이라는 학원에서 컴퓨터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꾸준히 연습했던 작화는 자연히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박동진 선생은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에 관심이 있었고, 다른 작업을 함께 해오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곤 했습니다. 박 선생과 함께 의논하고 스토리를 만들어가다 보면, 작업이 훨씬 수월하고 즐거워지며 더 재미있는 결과물이 만들어집니다. 우리 작품의 방점과 깊이는 함영대 박사가 만들어 냅니다. 경학 전문가의 해설이 자칫 흥미 위주로 가볍게 흐르기 쉬운 만화 내용에 무게를 더해줍니다.

만화 제작은 우선 만화 내용이 될 논어 구절 선정과 그 구절에 대한 이해와 토의에서 시작됩니다. 지금은 가족과 관련된 내용 중에서도 '효'에 대한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논어 구절이 결정되면 박선생과 제가 그 내용에 알맞은 만화 콘티를 만들고, 함박사는 해설 작업, 저는 최종 작화와 마지막 편집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만화를 연재하며 느끼는 보람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만화 작업이 소홀해지기도 합니다. 얼마 전까지 대학원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해야 해서 여유가 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직업의 장점이 시간입니다. 이른 퇴근 시간과 업무 사이에 주어지는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생각해보면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꽤 많은데 그 시간을 잘 쓰는 것이 작업을 위해 주어진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저는 아직 아마추어 만화가입니다. 혼자 만화를 만들어 공모전에 응모도 해보고 웹상에 올려보기도 했지만, 그것이 확실한 작업 지속 동기가 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성균웹진에서 정기적으로 게재할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주고, 누군가 저희 만화를 봐주신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또한 논어라는 동양의 고전을 동료들과 함께 재해석하고 오늘에 알맞은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가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연재를 거듭하면서 질과 양에서 더 발전해갈 모습도 중요한 의의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
아직 언제까지 연재하겠다는 계획을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그저 한 회를 꾸준히 정기적으로 게재하겠다는 계획이 있을 뿐입니다. 제대로 된 만화가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이어질 것입니다. 부족한 면이 있어도 발전 과정으로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조금씩 꾸준히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효'와 관련된 내용을 마치면 '우정'과 관련된 내용을 담을 것입니다. 너무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겁지 않은 만화를 만들겠습니다.

저는 한 아이의 아빠이고, 한 여성의 배우자이며, 여러 학생들의 교사입니다. 제 아이와 아내 그리고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가슴 뿌듯한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노력하는 제 모습이 잘 받아들여진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실수도 하고 게을러지기도 하겠지만 끝까지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을 지키고 싶습니다.

◈ 학생들에게 한마디
요즘 여러 어려움에 시달리는 학우들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접해 알고 있습니다. 혜택 받은 세대이기에 주제넘다고 생각하지만, '응원한다!' 그리고 '힘내시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젊은 학우들이 우리들의 미래입니다. 좌절하지 마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논어의 내용 중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물었을 때, 장현곤 동문은 '過猶不及(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를 답했다. 의욕이 지나쳐 많은 것을 잃기보다는 조금 더디더라도 꾸준히 유지해나가는 것이 자신에게,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자세라는 말을 덧붙였다. 옛 성현의 지혜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논어>가 읽고 싶어졌다. 논어가 어렵다면 <만화로 읽는 논어>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수경 기자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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