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외국인의 성대생활 | 성대사람들

고단한 월요일 밤, 활력소로 자리매김한 JTBC 예능 '비정상회담‘. 방송은 외국인들의 토론이라는 참신한 구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의 안방을 찾은 지도 어언 3년, 다양한 나라의 출연자들이 자리를 빛냈다. 단연 눈에 띄는 출연자가 있다. 파키스탄 대표 자히드 후세인 학우다, 자히드 학우는 현재 우리 학교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과정을 밟고 있다.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은 그의 일상을 포착했다.


학교, 회사, 방송국을 오가며 바쁜 한국 생활을 보내는 자히드 학우. 그의 여정도 한국에 디딘 한 걸음부터였으리라. “2008년 6월 26일 처음 한국에 왔어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차이를 느꼈어요. 한국인들과 아침으로 밥을 먹었거든요. 파키스탄에서는 아침을 간단하게 먹어요. 빵이나 오믈렛에 차를 곁들여서요. 한국의 풍경도 새로웠죠. 저는 파키스탄 북쪽 고산지에서 높은 산들을 보며 자랐거든요. 한국은 높은 건물들이 많아 신기했어요.”

어느덧 자히드는 한국 생활 9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는 한국 생활 초반 적응기를 추억했다. “음식으로 인한 불편함은 적었어요. 파키스탄도 매운 음식을 즐겨 먹거든요. 한국에 온 첫날부터 김치를 먹었어요. 김치는 아직도 제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 중 하나예요. 멀미날 때 김치를 먹으면 나을 정도로요. 다만 이슬람교도로서 낯선 한국의 식문화도 있어요. 한국인들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잖아요. 술자리도 잦고요. 이슬람에서는 돼지고기와 술이 금지되어 있어요. 한국어를 전혀 못했던 초반에는 식당에서 곤란했죠.”

"한국어가 미흡하니 한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처음엔 어학당의 외국인 친구들끼리만 어울려 다녔죠. 선문대학교 어학당에서 8개월 동안 한국어를 배운 후 고려대학교 전자전기전파공학부에 입학했어요. 제가 유일한 외국인이더군요. 다행히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한국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놀면서 친해졌죠. 한국말 실력도 자연히 늘었어요. 2009년만 해도 한국에 외국인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요.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죠. 제가 변한만큼 한국도 많이 변했네요. 한국의 변화와 함께해서 기뻐요."

자히드는 한국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좋아요. 친구들과의 여행이 기억에 남네요. 속초, 설악산, 부산, 대전 등 많은 곳을 누볐어요. 어학당 친구들과 제주도도 갔었죠. 많은 친구들과 함께해 뜻깊은 여행이었어요. 지금까지도 그 친구들과는 막역한 사이예요. 강릉에서도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어요. 당시 저는 파키스탄 한국 학생 연합 회장으로 강릉 단오제와 함께 열린 파키스탄 문화전을 준비했었죠. 이틀 동안 한옥에 머물렀어요.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쉬고 싶을 때면 춘천을 찾아요. 산에서 살았다보니 산이 익숙하고 좋아요. 북쪽으로 가면 산도 많고 춥잖아요. 눈이 오면 꼭 춘천에 가서 사륜 오토바이로 산을 타요. 요즘은 서울을 벗어날 시간이 없지만 틈틈이 춘천을 찾아요. 작년 추석에는 내비게이션 없는 여행을 떠났어요. 무작정 북쪽으로 운전하다 아름다운 장소가 보이면 쉬는 거죠. 바베큐를 굽고 캠핑을 했어요. 번지점프도 하러 다녀요. 가만히 시간을 보내기보다 움직이는 편이에요.”


학부 시절 이공계열을 전공한 자히드가 우리 학교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력과 경영 능력을 겸비하고 싶었어요. 대학 시절 여러 활동을 하면서 경영학에 관심이 생겼어요. 파키스탄과 한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파키스탄은 IT 기술에 관심이 많은 나라예요. 훌륭한 기술자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요. 그러나 그들을 통솔할 리더가 부족하죠. 기술자들을 지휘하는 리더가 있다면 더 큰 성과를 거둘 거예요. 저는 특히 태양 에너지에 많은 관심이 있어요. 한국의 그린 에너지 기술은 파키스탄의 고질적인 에너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회사들에게 파키스탄은 새로운 시장이 되겠죠. 한국과 파키스탄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현재 태양광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돼요.”

“SKK GSB는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 중 하나예요. 영국의 경제신문 [Financial Times]가 매년 발표하는 MBA 평가에서 5년 연속 국내 1위에 올랐어요. 여러 비교 끝에 여기를 선택했어요. 교수님들도 훌륭하고 강의도 영어로 진행되서 편해요. 가장 큰 매력은 SKK GSB의 복수학위 프로그램이에요. 인디애나대학교 켈리스쿨의 수업을 듣고 학위를 얻을 수 있어요. 학생들을 위한 글로벌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SKK GSB의 큰 이점이에요.”

‘리더’라는 수식어가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다. 자히드는 학교 안팎으로 많은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Professional MBA 3기 학생회 부회장을 맡고 있어요. 학교와 학생 간 소통을 돕죠. 학교와 함께 시스템을 만들고 학생들의 고충을 학교에 전달해요. GSB의 여러 행사들도 주최하고 있어요. SKK GSB의 밤, 홈커밍데이, 난지공원 이벤트, 엠티 등을 계획하면서 학생 단합에 힘 쓰고 있어요. GSB의 학생들은 서로 굉장히 끈끈해요.”

파키스탄 한국 학생 연합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 약 1,600명의 파키스탄 학생들이 있어요. 대부분 석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죠. 파키스탄 대사관과 자주 협업해요. 2010년에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행사를 같이 주최했어요. 세미나도 자주 열어요. 한국 문화에 익숙하고 한국말이 유창한 학생들이 많아 대사관에 큰 도움이 되죠. 최근에도 대사님을 뵀어요. 양국을 위한 과업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 서울 국제유학생포럼에서도 회장을 맡았다고 한다. “유학생 100명을 모아 더 나은 서울을 위한 개선점들을 시에 제안했어요. 직접 박원순 시장을 만났죠. 카풀을 비롯한 제안들은 간단하지만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에요. 지하철에서 제 제안이 반영된 모습을 확인했어요. 굉장히 자랑스러웠죠.”

학업 외의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5년 전부터 축구팀에서 뛰고 있어요. 단장을 맡았었죠. 작년에는 필드하키 외국인 팀을 결성했어요. 재작년 아시안게임의 필드하키 시합을 보면서 팀을 결성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파키스탄은 필드하키 월드컵을 4번이나 우승한 필드하키 강대국이에요. 저도 고등학교 때 필드하키를 했었죠. 곧 한국에서 첫 번째 여성 하키 리그가 시작해요. 열심히 홍보하고 있어요. 한국의 필드하키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거예요.”

의미 있는 성취들을 거둔 그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성균관대학교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요. GSB는 수업을 늦게 시작해서 학교의 다른 학생들과 마주칠 일이 적어요. 다들 회사 일을 병행해서 바쁘기도 하고요. 학교 행사에 참여하면서 대학생의 정서를 느끼고 싶어요. 봉사활동, 동아리, 스포츠 행사, 축제를 함께하면 더 즐거운 대학생활이 되겠죠. 작년 축제 때 밖에서 음악소리가 나는 와중에도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점이 안타깝죠. 물론 GSB에도 집중할 거예요. 앞으로 GSB 홍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한국에 오래 머문 만큼 파키스탄인으로서 정체성도 강하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파키스탄에 들렀어요. 회사 출장으로도 자주 갔죠. 지금은 방송과 학업 때문에 꽤 오랫동안 고향을 찾지 못했어요. 한국생활이 편하고 즐겁지만 고향이 그리울 때가 더러 있죠. 이맘때 4, 5월이 특히 괴로워요. 체리와 살구가 한창이거든요. 여름에도 파키스탄에서의 추억이 많이 떠올라요. 파키스탄 북쪽은 추워서 여름방학이 없어요. 대신 3주 동안 농업 체험을 가죠. 파키스탄 여름의 농사는 축제예요. 시골에 가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놀 수 있어요. 가족과 함께하는 파키스탄의 축제기간이 가까워지면 가족 생각이 간절하죠. 동네에서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치러진 것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제 고향에서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대소사가 있을 때 온 동네가 힘을 합쳐 돕거든요. 제가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죠.”

그는 파키스탄을 다양성의 나라라고 소개했다. “파키스탄에는 2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어요. 한국에 비해 큰 나라죠.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요. 지역마다 언어, 기후, 의복, 음식 등 모든 것이 달라요. 미디어가 파키스탄의 단면만을 조명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파키스탄이 굉장히 위험한 나라로만 비춰지잖아요. 실제로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지역은 위험해요. 지금도 가끔 테러가 일어나요. 그러나 대부분 파키스탄인들은 선량해요. 종교 때문에라도 더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죠. 일부 때문에 다수가 오해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파키스탄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 제 방송활동의 목표예요.”

“파키스탄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추천할게요. 라호르시는 파키스탄 중심에 있는 도시예요. 예전 파키스탄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죠. 현재 파키스탄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이에요. 역사의 자취를 담은 박물관과 모스크를 방문할 수 있어요. 전통시장의 음식들도 아주 맛있어요. 바다에 가고 싶다면 파키스탄 남부를, 사막에 가고 싶다면 중부를 찾으면 돼요. 파키스탄 북쪽으로 오면 제 고향 훈자 마을이 있어요. 높은 산들이 많은 곳이에요. 전 세계 8,000m가 넘는 봉우리 14좌 중 5개가 이곳에 있죠. 대표적으로 K2가 있어요. 파키스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보셨으면 합니다.”


방송인 자히드는 시청자들의 총애를 받고 있다. 그의 이름으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까지 생길 정도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물음에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죠. 방송을 시작한 후 제 생활이 달라졌어요. 긍정적인 방향으로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지도 곧 1년이다. “학교, 회사 생활과 방송을 병행하고 있어요. 바쁜 일정이죠. 한국어로 세계의 경제, 정치에 대해 논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만큼 방송에 앞서 많이 준비하죠. 제작진과 팀워크가 중요해요. 사전 인터뷰를 수차례 거쳐요. 방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녹화를 위해 일요일 전체를 비워두죠.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도 방송을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방송에 임해요. 시청자에게 항상 새롭고 좋은 정보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촬영현장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열정적으로 토론을 하다보면 이야기가 심각해지기도 해요. 각자 자기 나라의 입장을 열심히 대변하죠. 모두 친해서 가능한 일이에요. 오래 녹화를 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어요. 녹화가 없는 평일에도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이곳저곳을 다녀요. 행사에 함께 초대되기도 하죠. 한국인 MC들도 잘해주세요. 저는 시즌2에 출연하지만 시즌1의 친구들과도 가깝게 지내요. ‘비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부터 알던 친구들이에요. 국제유학생포럼이나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이 많죠. 샘, 타일러, 로빈, 수잔 모두 아는 사이예요. 방송을 통해 평생 갈 수 있는 친구들을 얻은 느낌이에요.”

자히드는 능숙하게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가 있었다. “비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두 개의 방송에 출연했어요. 아리랑 TV의 영어토론 프로그램 ‘Bring it on’ 시즌3에 나갔죠. 파키스탄 대표로 나가 18개국 대표들 사이에서 1등을 했어요. KBS 코미디 프로그램 '어느날 갑자기 외.개.인'에 출연한 적도 있어요. 외국인 친구들이 코미디를 하는 프로그램이었죠. ‘비정상회담’은 JTBC의 출연제의로 시작했어요. TV에서 볼 때는 멀게만 느껴졌는데 방송의 일부가 되니 색달랐죠. 저는 책보다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요. 방송에서 훌륭한 사람들을 여럿 만났어요. 방송이 계기가 되어 강연 기회도 주어졌죠. 방송을 통해 한층 성장한 느낌이에요.”

앞으로 방송에서 보여주고 싶은 면모를 물었다.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파키스탄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어요. 파키스탄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을 알리고 싶고요. 한국은 파키스탄에 낯선 나라였어요. 지금은 전자제품과 K-pop으로 많이 알려졌죠. 저도 두 나라의 교류에 큰 몫을 하고 싶어요. 비단 한국과 파키스탄의 이야기만이 아니에요. 갈등은 무지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전쟁과 같은 세계적 문제도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비정상회담’ 방송활동이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너무 짧다고 말하는 자히드. 하고 싶은 일에 비해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다음 학기에 MBA과정을 마무리할 거예요. 회사 일을 지속하다 GSB를 통해 인디애나대학의 수업을 들을 예정이에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개인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파키스탄에서 정치도 해 보고 싶어요.”

그는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건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경험도 많이 쌓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함께할게요. 앞으로 ‘비정상회담’ 많이 시청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다른 출연자들보다 저를 더 사랑해주시면 좋겠네요. (웃음)”

최재영 기자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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