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인물포커스 | 성대사람들


우리가 친구와 점심 메뉴를 결정하고 시험기간에 공부하고 영화를 보며 웃을 때, 심지어 자는 동안에도 일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뇌(Brain)다. 사람을 이해하는 열쇠인 뇌연구는 세계 각지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3년 Brain Initiative 프로젝트 발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인류는 몇 광년 떨어진 은하도 찾아내고 원자보다 작은 미립자도 규명하지만 양쪽 귀 사이에 있는 3파운드(1.4kg)짜리 뇌의 미스터리는 아직 풀지 못했다.”라고 뇌연구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우리 학교 뇌과학이미징연구단(CNIR: Center for Neuroscience Imaging Research)도 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CNIR을 이끄는 김성기 교수를 만났다.

김성기 교수는 fMRI 연구의 선구자로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와 피츠버그대학교에서 생물 물리학을 연구했다. 현재 CNIR 단장과 BME 학과의 교수이며 최첨단 장비로 뇌영상을 촬영하여 뇌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 중이다. 김 교수로부터 더 자세한 연구 내용을 알 수 있었다.

MRI 장비로 뇌 연구를 하고 있어요. 뇌의 기능이 어떤지, MRI로 얼마나 잘 찍을 수 있는지, MRI로 뇌를 탐구하는 방법들이 적절한지를 연구합니다. 뇌과학과 이미징이 결부되는 영역이죠. 이미징이란 뇌의 활동 영상을 보는 거예요. 뇌를 보려면 특수한 기계를 써야 해서 다양한 영상 기자재들을 사용해요. MRI,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같은 기기들이죠. 이런 기기들로 뇌의 구조, 기능, 연결을 볼 수 있어요. 물리, 생물, 심리 등 여러 학문에 융합된 다학제적인 분야입니다.

저는 주로 생물 물리학을 하니까 MRI 신호가 어디서 나오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어요. 연구 분야 중 하나는 “MR biophysics”예요. MRI에 나오는 영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물학적, 물리학적 원인을 찾는 학문이에요. MRI 신호를 파악하고 MRI 신호가 1% 바뀌었다면 그 1%가 어떤 의미인지 밝히는 거죠. “System neuroscience”는 뇌의 다양한 영역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큰 범주에서 바라보는 분야예요. 마이크로 범위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뇌의 부위가 어떻게 활성화 되는지, 연결되었는지 살펴보고 상호작용까지 규명하는 학문입니다.



김성기 교수는 MRI 초기연구부터 참여한 선두주자이다. 그가 공동연구자들과 1992년에 발표한 논문은 3,200회가 넘게 인용되고 있다. 원래 응용화학과를 전공한 그에게 뇌연구를 시작한 계기와 어려운 점에 대해 물었다.

제가 미네소타 대학에 있을 때쯤 MRI가 처음 시작되었어요. 어찌 보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죠. (웃음) 그 전에는 MRI를 연구하지 않고 NMR(Nuclear Magnetic Resonance: 핵자기공명)을 연구했어요. 화학과에서 주로 이용하는데 화학물질을 분석해서 새로운 화학적 정보를 얻는 데 쓰는 장치예요. MRI와 많이 달라 보이지만 원리적으로는 둘 다 똑같아요.

뇌에서 추출한 다양한 데이터를 다른 방식으로 측정하고 뉴런을 계속 비교하는 연구를 많이 해요. 연구하면서 어려운 점은 늘 있죠. 실패하기도 하지만 늘 앞을 보고 가요. 제게 연구는 하나의 삶이고 취미예요. 인생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무엇이든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오래 할 수 있는 거죠. 어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을 때 보람차요. 물론 항상 있지는 않아요. 한 5년이나 10년에 한 번 정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 목표를 동력삼아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성기 교수는 CNIR을 맡기 위해 한국에 오기 전까지 피츠버그대학교에서 Multimodal Neuroimaging Training Program을 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좋은 연구를 위해 여러 가지 장비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30여 년 간 미국에서 연구하던 김성기 교수에게 한국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한국에 온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과학 문화를 바꿔보자.”는 마음이에요. 더 자유롭고 좋은 연구 환경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미국의 연구환경은 아주 수평적이고 소통이 잘 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덕분에 교수와 학생, 교수와 교수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죠. 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연구문화는 수직적이에요. 지금 시점에서 저보다는 젊은 교수들과 학생들이 연구의 주체라고 생각해요. 제 역할은 그 사람들이 연구를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좋은 연구 환경이나 센터를 제공해서 그들이 연구소에서 즐겁게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죠. 좋은 연구가 나올 수 있도록 학생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학생들의 질문이 적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금방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전 응용화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도 화학을 전공해서 학위를 받았어요. 미국에서 오래 연구 했지만 야구장이나 유명한 관광지를 가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이 점에 대해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해서 특별히 아쉽지 않은 것 같아요. 성격상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지금 학생들이 많이 스트레스 받고 힘들겠지만 현실에서 최대한 잘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여러분,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학생들이 걱정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가 꼭 인생을 설계해서 사는 건 아니죠.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도 없고요. 전 뭐든지 제 일에 최선을 다해요. 인정받으면 그 다음 기회는 알아서 찾아올 거예요. 너무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그 시간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아르바이트든 공부든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길이 있을 거예요.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혹여 실패하더라도 그 일을 계기로 더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 내내 연구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각별히 생각하는 김성기 교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성기 교수처럼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후학을 기다려주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연구 전망도 밝은 게 아닐까.

우리가 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특수한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처럼 뇌를 볼 때도 특별한 기계가 필요하다. 자기장을 사용하는 MRI, 뇌파를 탐지하는 EEG가 대표적이다. 우리 학교 뇌과학이미징연구단은 여러 크기의 MRI, EEG, 영장류 실험실 등 최첨단 기자재를 갖춰 최고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다. 연구원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되는 공간이지만 김성기 교수의 안내로 연구소 전체를 둘러 볼 수 있었다.

뇌과학이미징연구단은 다양한 MRI 기기로 사람과 여러 동물을 연구한다. 동물과 사람의 뇌구조와 기능 간의 연결, 소동물의 뇌회로 등을 다루고 있다. MRI 종류는 동물에 따라 다르지만 뇌과학이미징연구단은 여러 종류의 MRI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람과 대동물은 3T MRI, 중동물과 소동물은 9.4T MRI, 소동물은 15.2T MRI이 사용된다.

MRI 외에도 EEG, MP 현미경 등 다양한 연구기기도 있다. 또한 층마다 쾌적한 휴게실이 있어 대학원 학생들과 연구원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게시판에는 학부생들의 연구 결과, 연구소에서 쓰는 장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

이지원 기자
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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