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인물포커스 | 성대사람들


우리가 마주치는 수많은 도전 중에 가장 큰 어려움은 자신을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이번 인물포커스의 주인공은 시각장애에 굴하지 않고 꿈을 이뤄나가는 서주영 동문(교육 09)이다. 서주영 동문은 우리 학교에서 교육학과와 영어영문학을 복수 전공했다. 지금은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교육공학 석사를 마친 뒤 박사 과정 이수를 앞두고 있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서주영 동문에게 그의 연구와 2개국어를 알아듣는 안내견 아랑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교육공학이란?

교육공학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여러 흐름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교육공학이라고 번역하지만 educational engineering이 아니에요. 제가 지금 하는 학문은 learning design and technology라고 해요. 우리나라에 처음 교육공학이 들어올 때는 instructional systems이라고 교수체제가 먼저 들어왔어요. 제 연구는 새로운 흐름이에요. 기술을 사용해서 교육을 증진시키고 교육에 필요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학생들의 학습을 도울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거죠. 기술을 이용해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탐구하고 학습자와 학습자체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기술이 성과 면에서 학습을 어떻게 잘 이끌어 가는지가 관심사죠.

구체적으로는 사람의 인지 구조를 네트워크 그래프로 분석해서 그 사람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일도 해요. 그 사람이 쓰는 단어들 간의 관련성을 보고 네트워크 구조를 파악하죠. 예를 들어 과학시험에서 글을 쓴다고 할게요. 교수님이 모범으로 제시한 답안과 학생들이 쓴 답안이 있겠죠. writing간의 차이를 분석해보면 학생의 부족한 점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의 관계도를 분석할 수 있어요. 이를 knowledge structure라고 해요. 그런데 이런 내용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시각장애자와 같은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어요. "어떻게 이 네트워크 구조를 시각장애인도 볼 수 있게 해줄까, 유의미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이어서 "햅틱(haptic)기술을 통해 소리정보로 구체화한 그래프를 어떻게 접근가능하게 전달할까?"를 고민해요. 시각장애 학습자와 보통 사람들의 knowledge structure의 차이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완해주는 방안들. 이런 내용들이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예요.

- 접근성과 유니버설 디자인

제 키워드는 접근성(accessibility)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에요. 교육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해요. 정보는 누구에게나 유의미해야하죠.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가난하든 부유하든 배울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아요. 전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기회균등성, 정보 접근성에 문제가 많다고 느꼈어요. 하나의 교육모델과 디자인들이 만인에게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니버설 디자인은 한 번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개념이에요. "어떻게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요. 예를 들어 지금 제가 차고 있는 시계가 있어요. 사람들이 이걸 유니버설 디자인이라 말해요.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만 만든 제품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모든 사람을 포함할 수는 없어요, 손목이 없는 사람, 손가락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아니죠. 그러니까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한 번의 디자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향성을 갖는 거예요. 내가 모든 사람을 포함하겠다는 지향성을 가지는 것. 예를 들어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데 그 수업에 여러 가지 요구를 가진 사람이 있고 그 요구는 계속 들어오겠죠. 그때마다 "내가 수정하겠다"는 자세와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에 관한 지향성과 방향을 지닌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특징이에요.

유니버설 디자인은 건축학에서 나온 개념이에요.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건 건물에 경사로를 만드는 거죠. 처음에는 휠체어 쓰는 사람을 위해 설치했지만 유모차를 가진 엄마들, 높은 하이힐을 신는 사람까지도 편하게 만들어줘요. 자막도 마찬가지죠. 자막은 원래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고안됐어요. 하지만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식당처럼 멀리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막이 유용하게 쓰이죠. 예능에서는 자막이 PD의 재치를 표현하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고요. 즉 하나의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을 포함할 수 있는 거예요. 아이폰도 대표 사례죠. 아이폰에는 시각장애인이 쓸 수 있는 모듈이 있어요. siri도 처음에는 손이 불편한 사람이 음성 인식을 쓰도록 돕는 기술이었어요. 이제는 음성인식이 많은 사람들의 비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으로 발달하고 있죠. 이런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예시예요. 저는 교육 분야에서 이런 부분을 연구하려 해요.

이제 아시겠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customizing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잠재력을 가진 분야가 바로 테크놀로지에요. 테크놀로지를 이용해서 교육에서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실현하는 것이 제 목표죠.

아직까지 연구자로서 뿌듯할 경지는 아니고 앞으로 느껴나가야 할 부분이에요. 제가 이 주제를 다루는 데에는 사명감이 있어요. 아무래도 직접 불편을 겪기도 했으니까요. 앞으로는 사회가 다양화, 다층화되면서 각계각층의 욕구들이 증가할 거예요. 그래서 공부할 수 있는 동기유발 측면에서는 상당히 많은 자극을 받고 있어요.

- 미국 유학
원래 공학 자체를 좋아해서 컴퓨터 공학을 3전공으로 하려 했어요. 사실 교육공학이 무엇인지는 몰랐죠. 공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교육공학 교수님이 안 계셔서 교육공학 수업을 안 들었거든요. 유학을 결심하고 전공을 세부적으로 정할 때 다른 전공들을 살펴보면서 결정했어요. 교육과 공학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leraning design and technology가 교육학을 기반으로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시각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미국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어요. 장애 서비스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걸 느꼈죠. 하고 싶은 걸 발현하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라고 생각해서 미국에서 교육공학을 연구하기로 했어요. 2013년 9월쯤에 결정하고 이듬해 8월에 미국으로 갔어요. 유학기간이 짧아서 기억이 선명하게 나요. 8개를 넣어서 4개가 붙고 짧은 시간 안에 결정 해야 해서 그 기간이 전쟁 같았어요.

미국에 갔을 때 UCLA에서 어학연수를 했어요. 사실 언어라기보다는 꿈 꾸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그 전에 교생실습을 갔는데 실습을 해보니까 교사도 보람있고 좋을 것 같아서 임용고시도 고려했어요. 그런데 미국에서 세상을 넓게 보면서 많이 고민했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떠밀려서 임용고시를 보는 건지, 교사를 정말 사명감으로 하는 건지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어요. 결과적으로 아직 미련이 남아 공부를 하고 싶었고 바로 유학준비를 했죠.

- 특수교육이 아닌 교육공학
장애가 있으니 특수교육을 연구할 것이라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실제 그런 경우도 많죠. 그렇지만 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육의 흐름을 나누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특수교육 안에서 특수교육을 논하고 일반교육 안에서 일반교육만 다루는 식으로요. 저 같은 사람이 나서서 니즈를 말해 새로운 기술이나 컨텐츠에 반영토록 해야 해요. 미래에는 주류교육을 뒤따라가는 특수교육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저는 소수이지만 제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는 점에서 일반교육을 선택했어요. 앞으로는 사회가 점점 열릴 거예요. 다른 장애, 니즈가 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상태에 상관없이 자기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서주영 동문에게서 연구 분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쳤다. 그에게 연구에 어려움은 없는지 공부 환경과 미래 교육에 관해 물어 보았다. 그가 직접 겪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교육적, 문화적 차이를 들을 수 있었다.

공부 환경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도전적인 부분이 있어요. 시각자료를 봐야한다든지. 인지 분야에서 뇌 구조를 봐야한다든지. 제가 계속 이겨 내야하는 부분이죠. 요즘은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제가 연구하는 데에는 거의 문제가 없어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시각자료는 만질 수 있는 점자자료라든지 뇌 구조 같은 것은 3D 프린팅으로 해결했어요. 기술을 이용해서 어려움을 대처해 나가고 있어 공부하기 괜찮아요. 과거보다 확실히 지금이 공부하기 편하다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와 미국의 차이는 많아요. 대표적으로 미국에는 ADA(Americans with Disability Act)라는 법이 있어요. 장애에 상관없이 교육평등권을 가진다는 게 핵심이죠. 전 외국인이지만 미국에서도 ADA법에 해당이 돼서 공부하는데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어요. 통계 수업은 판서와 그래프가 많아 우리나라에서는 듣기 어려워요. 교재도 구하기 어렵죠. 그런데 미국은 학습자료를 점자로 제공해줘요.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죠. 학기 시작 전에 교수님들과 만나서 정보전달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해요. 장애학생 전담 코디네이터와 함께 만나서 필요한 점을 전달하면 교수님이 수업에 적극 반영해요. 덕분에 학습할 때 장벽이 최대한 줄어들죠.

사실 우리나라는 안내견을 거부하는 곳이 많아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개를 워낙 좋아해서 지나치게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좋은 기억이 많아요. 처음에 갔을 때 유학초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좋았어요. 거부하는 것도 없고 생활하기에 버스 같은 시설도 잘 되어있고 공부하기도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행복감이 있었어요.

앞으로의 교육

실제로 흐름이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많이 흘러가고 있지만 teaching이 먼저라는 인식이 있어요. 선생님이 학습자에게 지식을 알려주는 전통적인 교육관이죠. 요즘 흐름은 바뀌고 있어요. 학습자 중심이란 말이 많이 나오잖아요. 학습자가 스스로 니즈를 적극적으로 말하고 선생님은 조력자로 도움을 주는 거예요. 선생님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학습자가 학습을 주도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의미죠. 이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정보화 사회이기 때문에 단순한 지식전달의 패러다임은 끝났어요. 옛날에는 선생님이 많이 배우고 학생보다 많이 알았죠. 그렇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와요. 이제는 학습자들이 자기 학습을 계획하고 이를 해나가는지 전문가가 조력하고 안내해주는 역할이 중요해요. 단순 지식전달자의 역할 아니죠. 동기유발도 스스로하는 것이 중요해요.

Personalized learning이라고 해서 개별화 학습이 각광받고 있어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학습자들이 어떠한 패턴으로 학습하는지, 학습자가 무슨 개념이 부족한지, 어떻게 보완할지 연구하는 분야예요. 빅데이터를 이용해 개별화 학습을 촉진시키는 기술도 많이 도입되고 있어요. 이게 또 하나의 흐름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공교육이란 틀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네모난 교실 안에서 여러 명의 학습자가 선생님을 따라 학습해요. 하지만 미래의 학습 형태가 어떻게 변할지는 몰라요. 인터넷이 생기기 전에 모바일 학습은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이제는 학습자 중심, 개별화 학습이 중요해질 거예요. 다만 선생님의 입지가 줄어들지만 존재 자체가 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나름의 전문성을 가진 학습 전문가니까요. 학습자가 학습을 어떻게 이어나가는지 잘 조력하는 역할이 강조될 거예요.

지금은 아랑이라는 안내견과 있지만 대학생 때는 나비라는 안내견과 지냈어요. 저는 대학생활을 재밌게 한 거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니 재미있긴 했는데 특별한 건 없네요.(웃음) 학교생활 열심히 했어요.

저한테는 대학이 하나의 도전 과제였어요. 눈이 나빠진 다음에 특수학교에서 공부했어요. 5학년 2학기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서울의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 공부했어요. 그때까지 시각장애 학생들과 공부하다가 대학교 때 다시 통합교육 사회로 나온 거죠. 그것이 제게는 큰 도전이었어요. 다행히 대학생활 때 좋은 친구들, 좋은 교수님을 정말 많이 만났고 공부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기독교 동아리 활동도 하고 밴드에서 드럼, 일렉을 맡기도 했죠. 대학생활 때는 충분히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재밌게 보낸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스로를 챙기기에 급했던 것 같아요. 대학사회에서 더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자원봉사활동이에요. 제가 자원봉사를 하는 걸 모순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여러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을수 있어요. 저도 제 장점, 특기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죠. 그런 부분들을 더 살려서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지금이라고 해서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계속 되새기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나눌 거라고 다짐하고 있어요.

2개국어 안내견 아랑이

유학이 확정된 시기에 전 안내견이었던 나비가 8살이었어요. 안내견의 은퇴시기, 장기화 될 유학시기를 고려해보니 나비랑 같이 유학을 가기엔 무리였죠. 안내인 학교 선생님께서 분양을 권하셔서 나비를 눈물로 은퇴시키고 아랑이를 만났어요. 그때 아랑이는 2살이었어요. 6월 25일이 생일인데 그 때 4살이 되요. 유학가기 전에 대중교통 승차 거부를 당하는 일이 있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팠죠. 이 친구들은 결국 안내견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하거든요. 일생동안 자신을 희생하는 건데 그런 일이 있어서 너무 속상했죠. 나비한테도 못해준 것이 많아요. 우리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려다 쫓겨난 적도 있죠. 나비한테 못해준 걸 아랑이에게 많이 해주고 싶었는데 만나자마자 그런 일이 있어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아랑이도 어렸을 때라 많이 놀랐을 거예요.

아랑이와는 유학을 가면서 늘 붙어 있었어요. 제 유학의 처음과 끝을 같이 했죠. 많이 의지가 돼요. 아랑이 덕분에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정말 제 소중한 친구이자 동반자예요. 아랑이는 영어와 우리말을 알아들어요. 우리나라에서 훈련받았지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앉아, 가자를 말하면 외국인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잖아요. 그래서 한번 바꿔봤는데 알아듣더라고요. 평소에 아랑이는 엄청 애교가 많고 활발해요. 안내견은 일을 할 때 손잡이, 하네스라고 하는데 이걸 입고 있을 때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인지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만져서도 안돼요. 그래야 개도 안전하고 얌전하죠. 하네스를 빼고 놀 수 있다고 인지하면 엄청 활발해져요. 보통 공, 개껌같은 장난감 갖고 놀아줘요.

맑은 눈을 가진 아랑이는 인터뷰 내내 서주영 동문의 곁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아랑이에 대한 질문을 마치고 서주영 동문에게 우리 교육의 부족한 점과 앞으로의 꿈,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을 물어 보았다.

당사자 입장에서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의 탓으로 각계 분야에서 부작용이 많아요. 외국교육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기형적으로 변형된 것도 많고 무작정 시스템만 들여온 경우도 있어요. 장애 교육에서는 교육, 기관, 당사자 연대가 미국에 비해 약해요. 미국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지만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그런 부분이 좋은 건 사실이에요. 통합교육에서도 우리나라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예요. 특수교사 확충, 전문가 양성 부분에서 숙제가 많죠.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인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 교사에 관한 시스템도 부족해요. 시각장애인이 일반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면 판서가 어렵겠죠. 그래서 보조교사를 쓰는데 이런 보조교사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니에요. 결국 보조교사가 자주 바뀌어서 시각장애 교사와 학생들이 힘들어지죠.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장애인들이 쓰는 기술은 미흡한 부분이 많아요. 이런 것도 개발이 많이 돼야 해요. 제가 쓰는 점자 컴퓨터는 600만원을 넘어 서는데 우리나라는 장애인 교사들이 일을 할 때 전혀 제공하지 않아요. 세부적으로 봤을 때 체계화되어야 하는 요소가 많아요.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해요.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연구를 하고 싶어요. 대부분 수를 기준으로 비주류, 주류를 나눠요. 구분하자면 제가 다루는 마이너리티, 장애는 비주류 연구죠. 이에 대한 이야기나 목소리를 연구로 내줘야 해요. 어떤 부분이 필요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연구로 증명해놔야 나중에 정책 세울 때도 도움이 되거든요. 제가 이런 부분에 많이 기여하고 싶어요.

좋은 교육이란?

좋은 교육은 힘을 키워주는 것이에요. 혼자 설수 있는 힘이요. 스스로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어떻게 성취할지를 알아가게 해줘야 해요. 가장 지양해야하는 부분은 획일화잖아요. 교육을 통해 사람들을 자꾸 붕어빵 찍어내듯이 기계식으로 획일화 시키지 않아야 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성취해 가야하는지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해요. 알려주고 따라오라고 시키는 교육 말고요. 점점 교사의 역할이 지식전달자에서 조력자로 바꿔나가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 생각해요.

저는 요즘 한국에 왔을 때 가장 슬픈 게 헬조선, 금수저와 같은 말이에요. 슬픈 이유는 이 언어 뒤에는 학습된 무기력과 집단적 패배주의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한국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지만 청년 실업으로 대표되는 이슈 뒤에 우리에게 무기력감이 만연하다는 문제가 있죠. 남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어떻게 볼지 신경쓰고 그 기준에 맞추려고 하고 안 되니까 위축되는 일이 일어나요. 이런 관점이라면 저도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저한테는 장애가 있으니까 남들보다 할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많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라 자신이 정말 어떤 분야를 하고 싶은지 철저한 고민을 해야 해요. 정체성이 나에게서 성립돼야지 타인에게 성립되면 끌려가는 인생이 되고 금수저, 흙수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이런 부분을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상주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전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렇게 살았을 때 길이 있는 것 같아요. 꿈꾸는 자에게는 목표를 지향할수록 길이 보이니까요.

오프라 윈프리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은 우리가 꿈꾸는 삶을 사는 것이라 말한다. 좋은 삶을 위해 뚜렷한 길이 보이지는 않아도 정말 우리가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이다.

이지원 기자
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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