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인물포커스 | 성대사람들


미국의 작가 벤 스타인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일은 즐거운 삶으로 향하는 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길의 어귀조차 찾지 못한 채 방황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이라면 더더욱 찾지 않는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한 김기현 교수(약학 01)를 만나보았다.

김기현 교수는 우리 학교 약학대를 졸업한 뒤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하버드에서 포스닥(post-doc)을 했다. 2014년도부터 우리 학교 약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식물인 버섯을 연구한다. 무엇을 연구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독버섯

자연에서 약으로 개발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구자들이 한약재 실험을 많이 하는데 저는 다른 분야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해오던 버섯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잘 알려진 약용버섯 말고 남들이 하지 않는 독버섯을 연구해요. 독을 잘 활용하면 약으로 개발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 독버섯을 위주로 연구하고 있어요. 채집은 아는 박사님께서 보내주시는 샘플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사실 버섯을 연구하는 분이 있긴 하지만 외국에서도 독버섯 연구는 드물어요. 학생 때 우연히 버섯 분야를 접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한 번도 보고되지 않은 물질을 연구하는 일이 흥미롭기도 해서 버섯에 대한 신규물질을 발견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약국에서 실습을 해보니 제게는 약을 파는 일보다 약을 만드는 일이 더 적합하다고 느꼈어요. 좁은 공간에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일이 좋아서 연구하고 있어요.

독버섯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사람에게 해로운 버섯(죽음에 이르게 하는 버섯),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버섯으로요. 해로운 버섯은 자칫 잘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어요. 환각과 관련된 버섯은 치사량까지는 아니지만 먹으면 기분 좋아지는 등의 효과를 보이죠. 예를 들면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이 있어요. 일본에서도 유명한 독버섯인데 이 버섯을 먹으면 1주일간 웃으면서 환각 증상을 보여요. 식물과 달리 동물은 움직여서 위협을 피하면 돼요. 하지만 식물은 도망가지 못하니까 스스로를 지키려고 보호 물질을 만들죠. 버섯은 곰팡이균이라 다른 식물을 이용해 기생하거나 공생해요. 숙주 식물이 만든 물질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꿔서 보호에 활용하는 것이죠. 독버섯은 말 그대로 물질을 독하게 바꿔서 활용하는 식물이에요. 버섯 입장에서는 자신의 약을 만드는 거죠. "이를 활용해서 사람의 약으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연구하고 있어요. 이 분야의 연구가 거의 없어서 어떤 독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밝혀져 있지 않아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독버섯 사고가 잦은데 무슨 독버섯의 어떤 작용이 왜 일어나는지도 모를 정도죠. 하지만 독성을 잘 조절하면 약으로 만들 수 있어요.

공생미생물

미국에 있을 때 연구 주제가 두 개였어요. 버섯이랑 곤충공생미생물. 개미를 보면 일개미가 알을 보호하고 관리해요. 그런데 일개미의 몸을 관찰하면 흰색 밀가루 같은 물질이 붙어 있어요. 항생제 역할을 하는 물질이에요. 일개미가 이 밀가루 같은 물질을 알에 묻히면서 알을 보호해요. 그런데 이 물질은 개미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미 표면에 사는 미생물이에요. 개미는 미생물의 항생물질을 활용하고 미생물은 개미 덕분에 쉽게 살아갈 수 있죠. 여기에서 컨셉을 잡아서 지금은 흰개미 공생미생물을 연구하고 있어요. 흰개미에게 이로운 항생물질이 우리에게도 이로울 것 같아서요. 하버드의 다른 친구들은 말벌, 풍뎅이 등의 공생 미생물을 연구했어요.

김기현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연구 분야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분야라도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그에게 힘든 점과 뿌듯한 점, 연구가 활성화되는 데 필요한 것에 대해 물었다.



보통 연구의 80~90%가 실패해요. 10%만 성공해도 잘 된 거죠. 연구가 안 될 때는 정말 힘들어요. 시간과 노력을 쏟았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속상해요. 그리고 외국에서 샘플을 받을 때 살아있는 미생물을 받을 수가 없어요. 미생물을 죽인 후에 얻어낸 추출물을 받아서 연구하고 있어요. 얼려도 안 되고 미생물을 다 죽여야 하므로 추출물로만 연구하는 게 조금 아쉬워요. 외적으로는 주변과 비교하면 더 힘들어지기도 해요. 누구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돈 많이 벌고, 이런 식으로요. 예전에는 신경이 쓰였는데 연구를 하다 보니 지금은 괜찮아요.

새로운 물질이 나오면 발견자가 이름을 지어요. 저는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했어요. 보통 그 물질의 기원이 되는 식물의 이름을 따서 비슷하게 지어요. 가끔은 부모님 성함을 넣거나 의미 있게 짓기도 하죠. 이상하게 Korea도 많이 넣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명칭을 지어 논문이 나가면 보람을 느껴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천연물을 활용한 신약이에요. 용혈나무를 예로 들 수 있어요. 미국에 용혈나무라고 불리는 식물이 있는데 신기하게 피 같은 액체가 나오는 나무에요. 이 나무의 추출물로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요. 용혈나무 추출물은 에이즈 환자가 설사를 심하게 할때 치료하는 약으로 개발되어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쓰고 있어요. 녹차추출물 등 천연의약품에 활용되는 원료는 아주 많아요. 이렇게 개발이 계속되어서 안전한 약이 많이 나오면 이 분야의 연구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도 버섯으로 항암제를 만들거나 흰개미 공생미생물을 약으로 개발하고 싶어요. 천연약 분야에는 예전부터 중국이 유명했고 지금은 유럽과 미국의 비중도 커지고 있어요. 특히 미국은 아이디어가 좋아요. 우리나라도 동의보감과 같은 성과가 있죠.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없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이 이 연구를 하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정부에서도 전략분야로 선정한 만큼 유망한 분야라 할 수 있어요.


엄청 잘 놀았어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서 동아리도 4~5개씩 하고 학생회도 했어요. 엠티란 엠티도 다 따라다녔어요. 그래도 수업은 안 빠지고 잘 들었던 것 같아요. 시험 기간에는 공부하고 그랬죠. 다시 대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다시 석사, 박사하고 공부할 엄두가 안 나요. 많이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학교 안에서만 놀았거든요. 해외여행, 인턴, 외부 활동을 충분히 못 했어요. 약대 친구들끼리만 놀았던 것 같아요. 학교가 직장이라 학생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은데 특히 젊은 학생들의 체력이 부러워요. 25살까지는 밤새도 하나도 안 피곤했어요. 밤새고 다음 날 오전 수업도 무리 없이 들을 수 있었죠. 근데 지금은 밤새우면 너무 힘들어요.(웃음)

저는 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교수는 정말 쉽게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서 특별한 사람만 되는 줄 알았어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하고 싶은 공부를 다행히 잘 찾아서 재미있게 공부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교수가 돼서 막막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제가 하는 연구가 중요하고 교직 생활하면서 약 하나 만들고 싶은 생각이 커요. 약을 만든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그동안 이해가 안 되고 잘 몰랐던 사실을 밝히는 일이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좋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제가 가진 지식,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전해주어 이 친구들이 십 년, 이십 년 뒤에 사회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데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교육자로서 사명감 같은 거죠. 나이 차가 적다 보니 친하게 지내는 학생도 많아요. 아직 제게 교수의 생활보다 학생 때의 생활이 많이 남아있어서 학생들의 입장도 잘 이해되고요.

학생들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는 교수가 되려 하는데 생각보다 어렵긴 해요.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제가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느끼고 잘 따라와 주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덕분에 선생님으로서의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있죠. 저도 제가 거쳐 갔던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고등학교 선생님부터 지도 교수님까지. 특히 하버드에서 만난 교수님들은 정말 학자로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그곳의 학생들에게서도 많이 배웠어요. 그들은 본인이 하버드 학생이라는 프라이드가 엄청 세요. 우리 학교도 계속 발전하고 있잖아요. 프라이드를 갖고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하버드 학생들은 좋아하는 분야가 확실해요. 한 가지를 좋아해서 그 분야를 잘하는 학생이 많죠.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그 열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수업을 듣고 싶어서 듣죠. 억지로 듣는 수업은 없어요. 100명, 300명이 넘는 대형 강의에서도 맨 뒤에 앉은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지죠. 본인이 원해서 이 학교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제가 보고 들은 좋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잘 되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학생들은 굉장히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요. 제가 신입생이었을 때는 대학에 오면 밑도 끝도 없이 노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동안 힘들게 공부해서 입학했으니까요. 요즘엔 힘들게 들어와서 바로 취업 준비하고 미리미리 준비도 많이 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해요. 근데 제가 사회에 나가보니까 사회는 정말 더 치열하더라고요. 잘하는 사람만 살아남는 힘든 사회가 되었어요. 우리는 쉽지 않은 사회를 살고 있어요. 교수인 제 입장에서 보면 교수로서 살아남는 일도 정말 어렵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한국사회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자기가 느끼는 행복이 뭔지를 잘 생각해 보세요. 많은 학생들이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를 것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지금도 고민하고 있죠. 남들이 보기엔 교수가 되었고 고민이 없어 보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늘 고민해요. 학생들도 남은 학창 시절 동안 많이 경험해보면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시간은 정말 빨리 가요. 정말 많은 경험을 통해 여러 느낌을 받고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걸 찾아 일하면 좋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저마저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 하기 싫은 일을 하면 얼마나 싫겠어요.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라요.

무슨 직업이든 자기가 잘하면 그만큼 보상과 대우를 받아요. 모든 약사나 의사가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듯이요. 빠르게 바뀌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10년 뒤에 주유소가 없어질 수도 있어요. 물론 10년 후를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죠. 다만 10년 후를 염두에 두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앞서 말했듯이 연구의 90%가 잘 안 돼요. 10%만 되도 잘하는 거죠. 그래도 한 번쯤 석사 정도 경험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안 맞으면 못하지만 호기심이 있고 하고 싶다면 연구를 해도 돼요. 그렇지 않으면 힘들지만요. 어중간해서는 하지 않는 편이 나아요.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한다면 힘든 시간을 겪을 위험이 커요. 힘들어도 참고 어려워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람, 자기 기술과 자기 분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해야 하죠. 특히 지금은 예전보다 잘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하버드만 가도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근데 하버드만 있는 게 아니죠. 프린스턴 버클리, 예일 등 정말 많아요. 그런 사람들 틈에서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중요하죠. 우리 학교 학생들 정도라면 좋은 연구를 많이 할 수 있고 많이 해야 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갖고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김기현 교수의 모든 말에는 본인의 연구 분야에 대한 사랑과 학생을 생각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자신이 느끼는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자신의 길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지원 기자
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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