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인물포커스 | 성대사람들

    주변을 둘러보면 방송계열, 특히 PD가 되고자 하는 학우들이 꽤 많다. 하지만 그저 막연한 생각뿐이지 PD가 되기 위한 과정이나 하는 일 등 구체적인 내용은 잘 알지 못하는 학우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인물포커스에는 그러한 학우들을 위해 MBC 예능국 PD인 권해봄(경영 05) 동문을 만나보았다.

   원래 어릴 때부터 저는 TV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특히 ‘21세기 위원회’라는 프로그램의 ‘칭찬합시다’라는 코너, ‘느낌표’의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를 정말 좋아했어요. 이런 프로그램들을 좋아했던 이유가 재미도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고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까지 전달한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그 덕분에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면서 사람들에게 웃음, 행복을 줄 수 있는 PD라는 직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 때부터 줄곧 PD라는 길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PD라는 길을 계속 가게 한 또 다른 이유는 무언가를 만드는 게 정말 재밌고 좋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대학에 다니는 내내 무언가를 만들었어요. 방학기간 중 한 달 동안 친구랑 국내 자전거 여행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여행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을 일기처럼, 만화처럼 꾸며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제가 올린 그 사진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 좋았어요. 제가 사람들을 재밌게 하기 위해 만든 영상들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반응을 얻는 것도 되게 좋았어요. 저는 항상 친구들과 모임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서 기록하고 친구들에게 나눠줘요.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죠. 그런 것도 굉장히 좋아했고 글 쓰는 것도 항상 좋아했어요. 성균 웹진 기자도 했었고 방송연구반 학회장도 맡았었죠. 그리고 문화 마케팅 관련 대외활동도 하면서 내가 이러한 분야를 좋아한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었죠. 사실 이러한 길을 가야겠다고 처음부터 의도해서 한 활동들은 아니었어요. 제가 대학에 다니면서 한 행동들의 궤적을 보니까 이게 결국 PD라는 직업과 가장 맞더라고요. 꼭 그 일을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해야겠다는 것보단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다보니까 이 직업과 가장 어울리던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언론사에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사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언론고시’는 뭐 하나만 준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에요. ‘언론고시’의 시험문제는 굉장히 다양해요. 시사 상식에서부터 대중문화의 전반적인 내용, 예술 종합 이론까지…. 이렇게 다양한 방면으로 시험이 나오다 보니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막막하기도 하죠.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 재밌는 거예요. 어디서 시험문제가 나올지 모르니까 무얼 해도 다 공부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잡지나 신문을 보는 것도, 하다못해 연예뉴스를 보는 것도 다 공부인 셈이죠. 누군가는 그저 허투루 보낼 수 있었던 콘텐츠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공부였고 새로운 배움이었죠. 제가 접하는 많은 콘텐츠가 다 공부라는 게 저는 정말 즐거웠어요. 광범위한 시험공부를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했고 그렇기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모든 것이 글로 결정된다는 거였어요. 언론사 시험에서 글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수단이 되어버려요. A4용지 한 장에 자신의 모든 것이 투영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사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고 바로바로 합격하기도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의 꾸준한 싸움이 필요해요. 그런 점도 참 어려웠죠.

   제가 생각하기에 언론고시에는 정해진 시작 시점이 없어요. 언론사 입사를 생각하고 있다면 사실상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준비를 해야 해요. 그게 전문적인 준비를 요구하는 건 아니에요. 책을 많이 보고, 다양한 콘텐츠에 관심 많이 가지고 그런 것이 제가 생각하는 시작이에요. 시사이슈, 사회현상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세요. 재밌게 본 광고, 영화, 소설책 등을 보고 본인이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떤 메시지, 감동을 받았는지를 쓰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글이라는 것이 갑자기 나오지는 않잖아요. 평소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바탕으로 나오는 것이 글이기 때문에 평소에 생각도 많이 하고 글도 많이 써보는 훈련,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PD가 되기 전 단계인 AD의 과정에 있어요. 대부분 5~6년 정도 AD와 같은 일을 한 뒤에 PD가 돼요. 그 동안은 리더가 아닌, 팀에 소속되어서 팀의 구성원으로서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현재 방송을 편집 하고 자막을 쓰고 연출을 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예로 들어볼게요. 원래 있던 프로그램이 아닌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기획에서부터 참여를 하게 돼요. 누구를 섭외할 것이며 프로그램 구성이 어떻게 나뉠 것이고 출연자가 어떤 콘텐츠를 바탕으로 방송을 하고 어떤 구성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죠. 그런 회의를 바탕으로 촬영에 들어가요. 촬영 과정에서는 출연자들이 촬영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연출을 하기도 하고 그걸 바탕으로 편집을 하기도 해요. 편집이 다 되면 CG를 넣고 자막을 쓰고 음악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깔고. 아직 AD이지만 그래도 거의 모든 제작과정에 참여한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송창의 선배님께서 ‘PD란 직업은 전문가를 엮는 전문가’라는 말을 하셨어요. 사실 PD가 하는 일 중에 PD가 가장 잘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촬영은 카메라 감독이, 조명은 조명감독이, 음악은 음악감독이, CG는 CG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하잖아요. 하지만 각기의 분야에서 뛰어나다고만 해서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최고의 전문가를 엮는 능력도 중요하죠. 그 사람들을 엮으려면 그 사람들을 다 아우르는 친화력도 있어야 되고 리더십도 있어야 돼요. PD란 그러한 능력이 중요시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PD가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라고 생각해요. 이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보게 하는 명분이요. 사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미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콘텐츠들이 존재해요. 시청자들은 내용이 기존에 존재하는 콘텐츠들과 비교해서 뻔하거나 재미가 없으면 그것을 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콘텐츠를 보게끔 만드는 명분이 명확하다면 사람들은 그 콘텐츠를 보게 되겠죠. 요즘 사랑받는 프로그램에는 다 그것들을 보게끔 만드는 명분이 있어요. 그 명분이라는 것이 바로 PD의 기획의도이고 그것이 바로 PD의 철학이죠. 그렇게 프로그램에 담는 PD의 철학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예능 PD이기에 제가 생각하는 예능 PD의 제 1의 철학은 재미예요. 재미라는 가치를 사람들이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재미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근원이에요. 재미란 그저 웃긴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이끄는 동기가 돼요. 흡입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 재미를 찾아내는 것이 PD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PD로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일의 명확한 끝이 없다는 거예요. 어느 정도 끝이라는 지점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만지면 만질수록 결과물은 더 좋아지니까 계속해서 밤을 새게 되죠. 오래 일하면 일할수록, 더 오래 자막을 쓰고 더 오래 편집할수록 더 좋은 작품이 나와요.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하려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평을 들으려고 계속해서 밤샘 작업을 하는 거죠. ‘어느 정도’가 없다는 점, 그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 같아요. PD라는 직업은 휴일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요. 보통 일주일 중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날, 가끔 운이 좋으면 그 다음날 정도만 쉬고 곧바로 다시 일을 해야만 해요. 다른 사람들이 쉬는 날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만 하는 직업이죠. PD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힘들 각오는 해야 돼요. 쉽지는 않죠.

   이런 힘든 일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제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에요. 특히 요즘 매체가 발달하다 보니 제가 편집하고 자막을 입힌 영상들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떠돌아다니곤 해요. 그 영상들을 보고 사람들이 댓글에서 재미있다고 이야기 할 때 가장 뿌듯함을 많이 느껴요. PD라는 일을 하는 것이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닌 게 PD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예능국 PD이고 그러다 보니 만화책을 보고 게임을 하고 그런 것 하나하나가 일의 연장선이 될 수 있어요. 예능 촬영 현장에 가서 직접 보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요. 만일 제가 하는 것들을 100% ‘업무’라고만 생각했다면 힘들어서 못했을 거예요. 제가 하는 것들은 어떻게 보면 일과 놀이의 중간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 점이 굉장히 즐겁고 계속해서 이 일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제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날이 오면 저는 휴머니티 있는 예능을 만들고 싶어요. 처음 방송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공익적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였고 저는 재미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좋아해요. 최근 현대 사회가 많이 피폐해졌다고들 하는데 그게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가족애라던가 친구간의 유대, 이웃 간의 정을 부각시키고 그런 것을 되찾았을 때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그렇기에 그러한 휴머니티가 강조된 예능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제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콘텐츠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이 일이 굉장히 재미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이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이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방송에 임하는 자세는 전문적이지만 놀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그런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후배들에게 먼저 대학 생활을 하고 먼저 사회에 나간 선배로서 이야기하자면 대학에 다니면서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활동들을 많이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직장인은 가질 수 없지만 대학생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긴 시간이에요. 예를 들어 배낭여행이라던지 자전거를 타고 국내 여행을 떠난다던지 그렇게 긴 시간을 두고 해야 하는 활동은 대학생 때가 아니면 절대 못하는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데 직장인이 되면 그걸 실감하게 돼요. 제가 특히 자유로운 시간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더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어찌 됐든 자신이 지금 가진 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소중히 보람차게 썼으면 좋겠어요.

유정수 기자
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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