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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아래서 | 지식채널 S

글 : 장재범 글로벌 바이오메디컬 공학과 교수

지난 2015년, MIT의 Ed Boyden 교수 연구실에서 뇌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이 발표되었다. Expansion microscopy(ExM) 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법은 말 그대로 관찰하고자 하는 시료 자체를 팽창시켜 일반 현미경으로 뇌 속의 미세 구조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세포 혹은 조직을 정밀하게 관찰하기 위해서 매우 정교한 현미경이 사용되었는데 이 기법은 더 정교한 현미경을 개발하는 대신 관찰하고자 하는 시료 자체를 크게 만들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던 미세 구조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기법을 다룬 논문이 저널 Science에 발표되기 2주 전 저널 Nature에 이 기법에 대한 짧은 뉴스가 실렸다. 이 뉴스에서 2014년 초고해상도 현미경 기법으로 노벨상을 받은 스테판 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초에 독일 학자들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Ed Boyden 교수는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나는 2014년 3월 Ed Boyden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시작하여 Expansion microscopy를 개량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내가 처음 Ed Boyden 교수 연구실에 합류했을 때에는 Expansion microscopy가 이제 막 구현된 직후였다. 이 기법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의 상황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아래와 같은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이 논문의 저자들은 아마도 맨 처음 막연히 작은 것을 크게 만들면 잘 보일 것이라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작은 것을 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 속에 있는 단백질들을 균일하게 서로 멀리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균일한 팽창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재료를 검토한 결과, 물을 흡수하면 팽창하는 팽창성 하이드로젤 (swellable hydrogel)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팽창성 하이드로젤 중 하나인 소듐 아크릴레이트(sodium acrylate) 하이드로젤을 시도해봤을 것이다.

소듐 아크릴레이트 하이드로젤은 매우 잘 알려진 하이드로젤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재료이다. 물을 잘 흡수하는 성질 때문에 기저귀의 내부 재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물에 넣으면 크게 팽창하는 소위 말하는 ‘개구리알’ 장난감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다. 이 하이드로젤은 고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분자는 단분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진다. 따라서 단분자들을 뇌 속으로 확산시킨 후 온도를 올려주면 뇌 속에 하이드로젤을 합성할 수 있다. 이 뇌-하이드로젤 복합체를 물속에 넣어주어 팽창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뇌가 균일하게 팽창되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지게 된다. 뇌 내부에는 다양한 골격 단백질 (cytoskeleton proteins)이 존재하는데, 이 단백질들은 건물의 뼈대와 같이 뇌를 물리적으로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뇌 속에 하이드로젤을 합성해서 팽창시키면, 이 골격 단백질들 때문에 뇌가 균일하게 팽창하지 않고 찢어지게 된다. 이 문제가 뇌를 팽창시키는 데에 어려운 점이 아니었을까 하고 상상해본다. 관심 있는 것은 뇌 속에 있는 단백질인데, 이 단백질들이 팽창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Expansion microscopy의 개발자들이 여기서 포기했다면 이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단백질을 관찰하고자 하지만 단백질이 하이드로젤의 팽창을 방해한다면 혹시 단백질의 위치 정보만을 하이드로젤에 남기고 단백질을 모두 없애버린다면 어떨까. 이를 위해 먼저 뇌 속의 관찰하고자 하는 단백질을 1차 항체와 DNA가 붙어 있는 2차 항체로 표지한다. 그 후 상보적인 DNA를 붙이는데, 이때 이 상보적인 DNA의 한쪽 끝에는 형광 분자가, 다른 한쪽 끝에는 하이드로젤 단분자와 화학적으로 비슷한 아크리다이트(acrydite)라는 작용기가 붙어 있다. 이후 조직 내부에 하이드로젤을 합성하면 이 상보적 DNA는 아크리다이트를 통해서 하이드로젤과 하나가 된다. 그 후 뇌-하이드로젤 복합체 내부의 모든 단백질을 분해하고 물속에 넣어주면 하이드로젤에 결합 되어 있던 상보적 DNA는 자연스럽게 하이드로젤과 함께 팽창하게 된다. 팽창 후 상보적 DNA에 붙어 있던 형광분자를 관찰함으로써 팽창 전 단백질 분포를 유추할 수 있다.

즉, 단백질을 관찰하고자 하지만 단백질을 그대로 두면 뇌가 팽창되지 않으므로 단백질의 위치 정보를 DNA의 형태로 하이드로젤에 옮기고 모든 단백질을 분해하여 뇌-하이드로젤을 균일하게 팽창시키는 것이다. 이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서 사용된 다양한 작용기 및 화학물질들은 모두 이미 존재하던 것으로, 개발자들은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던 작용기 및 화학물질들을 하나로 결합하여 뇌를 균일하게 팽창시킨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이루어낸 것이다.

지난 2015년 Expansion microscopy가 발표된 후 연이어 다양한 조직을 팽창시킬 수 있는 Protein-retention expansion microscopy (2016), 단백질 뿐만 아니라 mRNA도 관찰할 수 있는 ExFISH (2016), 조직을 더 많이 팽창시키는 기법인 iExM (2017), Expansion microscopy를 환자 시료에 적용한 ExPATH 논문(2017)이 발표되었다. 기발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된 Expansion microscopy가 앞으로 뇌 과학, 암 진단 및 연구 등 다양한 생물학과 의료를 바꾸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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