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의학상식 | 지식채널 S


글 :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양광모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얼마 전 유명 아이돌 가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언론들은 이를 앞 다퉈 보도했고 , 그의 장례식장에는 2km 넘는 팬들의 조문행렬이 있었다고 한다 . 외국에 있는 공관들 일부는 그를 추억하기 위한 별도의 분향소까지 마련했다.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았던 탓에 미국 ABC, 영국 BBC 등은 ‘K팝의 슈퍼스타가 떠났다 ’ 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

가족과 수많은 팬들에게 큰 상실감만 남기고 떠났기에 그의 마지막 선택은 매우 나빴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슬픔과 상실의 고통에서 오랜 시간 시달릴 것이다. 괜한 소리가 아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자살은 주변인들의 자살률도 확실히 높인다. 보건복지부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자살 유가족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그 중 일부는 또다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비단 유가족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유명인 A 씨가 자살했을 때 다음날 자살자 수는 78명에 달했다. 국내 평균이 30 이란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인 B 씨 사례도 비슷했다. 해를 달리해 같은 기간에 자살을 선택한 사람만 보더라도 유명인 자살이 전체적인 자살률을 큰 차이로 높인다는 것이 이미 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렇기에 자살은 실제 전염성을 가진 전염 질병은 아니지만, 사회적 전파성이 강해 ‘전염성이 있다’ 고 표현하는 것이다. 100여 년 전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연인과 사랑에 실패한 주인공 베르테르가 자살한 것에 공감해, 많은 젊은이들이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살의 전염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용어다.

이런 자살의 전염성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언론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자살한 방법, 장소, 동기 또는 자살 이유 등을 지나치게 자세히 나열하고 있다. 그렇게 나열된 방법을 따라 모방 자살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논문 등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자살 보도는 막연하게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에게 구체적 결심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10여 년 전에 자살보도 권고기준이라는 첫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표했고, 소셜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고자 2013년에 두 번째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기사가 누군가를 자살로 이끌 수도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도를 최소화 하거나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의 매체들은 과거의 보도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둘째는 정신응급의료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현재 교과서적으로는 응급으로 정신과 진료를 보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현실에서는 응급실 내에 상담할 별도의 공간도 없고 이들을 우선적으로 입원시킬 병상도 없는 상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조차 정신응급 상황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셋째,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수에 비해 항우울증약 처방이 낮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도 작용하고 있는데다가 타과에서는 항우울증제 처방을 장기적으로 할 수 없는 현실도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인식과 현실을 시급하게 바꿔야 한다.

넷째는 사회적 안전망 확보다. 정신의학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옆 동네 노인들의 자살이 늘어나면 우리 동네 노인들에게도 전파가 일어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일수록 자살 위험이 더 늘어난다. 따라서 최저 생활을 하는 노인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인 복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자살은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의 큰 손실이다. 반대로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이득이 된다. 따라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재정은 정부가 더 과감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이번 칼럼을 읽고 자살에 대한 생각 또는 충동이 생길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또는 생명의 전화 1588-9191로 상담하길 바란다.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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