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의학상식 | 지식채널 S

글 :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최근 약 안 쓰고 우리 아이 키우기 모임, 일명 '안아키'가 큰 화제가 됐다. 언론에 따르면 해당 모임을 주도한 한의사 김씨는 회원 6만여명에게 약 대신 숯가루, 소금물, 간장 등을 대신 사용하라고 권장했다고 한다. 또 아토피 피부염인 환아들에게 긁도록 방치하기도 했고, 수두 백신이 위험하다며 예방접종 대신 수두에 걸린 아이들과 함께 놀도록 하는 수두파티를 권했다고 한다. 심지어 화상을 입었을 때 찬물이 아닌 온수로 씻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안아키'와 유사한 자연주의 치유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인데 줄임말로 '안예모'라고 부른다. 얼핏 보면 예방접종을 제대로 하기 위한 모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과대하게 포장하고, 다른 아이들이 면역을 가졌을 때 집단이 가지게 되는 면역 상태(군중 면역)에 무임승차를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그뿐만 아니다.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와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고(故) 허현회씨도 한 때 화제에 올랐었다. 그는 담배는 천연약초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콘돔이 암을 유발한다는 의학적으로 보면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또 알코올은 심장 및 간기능을 강화시키고 당뇨환자의 혈당을 내려주며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약'이라고도 했었다. 정작 본인은 단순한 당뇨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 외에도 주로 일본에서 건너온 요상한 책들도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치유 또는 민간요법 등이 관심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첫째, 작은 연구 결과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단편적인 연구를 진리로 믿는 것인데, 사실 일부 언론과 연구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한 웨이크필드 박사의 논문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조작이 밝혀져 논문이 철회됐을 뿐 아니라 의사면허도 박탈됐다. 그는 백신 부작용을 주장하는 단체에서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있다. 모 대학의 교수였던 A씨는 자연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환자에게 항암제 효과를 봤고, 저명한 학술을 기고해 인정받았다고 주장했었다. 그로 인해 국내 주요 매체에서 소개됐지만 실제로는 해당 학술지에 정식 논문이 아니라 의견으로 소개된 것이었다. 게다가 A씨는 해당 약물을 만드는 회사의 대주주로 밝혀져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둘째, 의사와 제약사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불신의 시선도 자연치유와 민간요법을 더 믿게 하고 있다. 잊힐 만하면 언론에 등장하는 리베이트 관련 의혹이 대표적이다. 리베이트의 본질은 저수가로 묶여있는 의료계 현실을 제약회사가 마케팅 목적으로 파고들어 온 측면이 크다. 그러나 자세한 사실관계를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약회사와 의사가 짜고 치료제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셋째, 현대의학의 한계다. 의학은 과학의 일부로 다른 분야의 과학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사실이 현재의 진실, 또는 미래의 진실이라는 보장이 없다. 대부분의 의사를 포함한 의학자들은 과거의 사실이 현재에도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은 의학은 믿고 따를만한 학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렇게 의사와 병원 더 나아가 의학의 불신에 대한 피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집단이 가지고 있는 면역이 낮아져 대유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150만 명의 어린이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걸려 숨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다. 일부 의사들의 범죄 사실 때문에 의학을 불신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방법론으로 발전해온 의학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학문이다. 또 안전한 치료제를 유통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에서 제도적인 관리를 하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의학이란 학문에 작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어떨까. 그리고 주변에 의학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들을 설득해보자. 적어도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전한 세상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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