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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속으로 | 캠퍼스컬쳐

과학수사,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친숙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과학수사라고 하면 누군가는 인기 미드 ‘CSI:과학수사대’를 떠올릴 테고 또 누군가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씬’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미디어로 과학수사를 많이 접했던 탓에 우리는 대개 과학수사를 그리 멀게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TV 밖의 과학수사에 대해서는? 글쎄. 우리는 TV 속 과학수사에는 친근하지만 그것이 TV 밖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거의 범죄수사에 국한하여 생각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이번 ‘수업 속으로’는 올해 우리 대학 일반대학원에 신설된 과학수사학과를 소개한다. TV 밖 세상의 ‘진짜’ 과학수사에 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일반대학원 과정으로 과학수사학과가 생겼다. 과학수사학과는 이번 학기 신설되어 40명의 신입생을 받았다. 과학수사 분야의 최고 전문가와 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하여 과학수사학과를 개설했다고 설립 의도를 밝혔다. 과학수사학과는 수사 및 조사, 감사, 검증, 감정 업무의 전문 지식을 습득한 과학수사 분야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수사기법과 도구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순천향대, 충남대, 경북대 등 몇개 대학의 특수전문대학원 과정에 과학수사 관련 학과가 있기는 하나, 과학수사학과가 일반대학원에 생긴 것은 국내 최초이다. 우리 학교 과학수사학과는 국내 최초 일반대학원 과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뿐 아니라 법률을 배경으로 통합적인 시각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세부 전공으로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법과학(Forensic Science), 법안전(Forensic Engineering)으로 3개가 마련되어 있다.

학과장 노명선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과학수사학과란

먼저 우리 학과가 다루는 과학수사에 대해 설명하고 싶네요. 대개 과학수사학과에 대해 들으면 범죄 현장에서의 과학 수사만을 생각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과학 수사라는 것이 범죄 수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에요. 범죄수사 외에도 과학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실질을 규명하는 작업을 하는 분야가 많습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는데 국내에선 이제껏 그 연구가 부족했어요. 우리 학과는 과학수사(Crime Scene Investigation)학과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Crime Scene에 한정하지 않고 그 밖의 ‘과학적인 사실 규명’까지 전반적으로 다루는 학과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과학수사학과의 세부 전공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 학과에는 컴퓨터 포렌식, 법과학, 법안전 이렇게 3가지 세부 전공이 있습니다. 먼저 컴퓨터 포렌식은 컴퓨터와 관련된 사건들을 다루는 분야예요. 컴퓨터나 여타 디지털 기기에 있는 증거들을 어떻게 수집할 것이며 그것들을 법정에 증거로 어떻게 동원할 수 있을까를 공부합니다. 이 세부전공에선 컴퓨터에 대한 전문 지식과 함께 적정한 법률 절차에 대한 지식을 주로 배웁니다.

두 번째는 법과학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떠올리는 과학수사가 바로 이 법과학이에요. 예를 들어, 범죄 현장에서 정액, 혈액, 혹은 타액 등의 증거를 통해 범인을 찾는 것들이죠. 유전자 감정을 통한 친생자 감정, 사망자 부검을 통한 신원 확인, DNA 분석 등을 다룹니다. 독극물 분석에 대해서도 깊게 공부할 수 있어요. 범죄에 사용되는 독극물과 마약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법과학적 지식을 배웁니다.

마지막으로는 법안전이에요. 소방, 건설, 교통사고 등에 관련된 분야입니다. 삼풍백화점처럼 건물 붕괴사건이 있을 때, 어떻게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그에 대한 안전 책임을 어떤 법률적인 절차를 거쳐 추궁할 것인가를 배우는 거예요. 범죄 심리 분야도 법안전에 포함됩니다.

Q. 각 세부전공 별로 다루는 지식의 분야가 다르네요. 학생을 선발할 때 그 분야에 학사 학위를 가진 학생들만 선발하시나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학부 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우리 학과에 와서 컴퓨터 포렌식을 공부하면 더 수월하겠죠. 하지만 컴퓨터 공학 학사 학위가 과학수사학과에 와서 컴퓨터 포렌식을 공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다른 세부전공도 마찬가지예요. 법이나 이공계 학사 학위가 없다고 해서 과학수사학과로의 진학을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학과는 3개의 세부 전공 아래 또 5개의 트랙을 마련해뒀어요. 기초 실무자, 고급 전문가, 법학 분야 연구자, 공학 분야 연구자, 정책결정자(고급 공무원). 이렇게 말이죠. 그 안에 과목들은 기초에서부터 심화까지 수준별로 나뉘어 있습니다. 법 지식은 있는데 컴퓨터 공학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법에 대해서는 고급 과정의 교과를 따르고 컴퓨터 공학에 대해서는 기초 과정의 교과를 따르면 됩니다. 혹 두 분야 모두에 대해 지식이 없다면 법학, 컴퓨터 공학 기초과목에 대해 모두 선행 수업을 들으면 되죠. 컴퓨터를 전공했다고 꼭 컴퓨터 포렌식을 전공해야 할 필요도 없고요.

우리 학과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환영합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온 학생들만 봐도 전공이 법학, 생명공학, 화학, 컴퓨터 공학, 인문 사회, 체육학 등 다채로워요.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는 학문적 배경에 법과 과학을 섞어 가면 되는 거예요.

Q. 우리 학교 과학수사학과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일반대학원 과정으로 출발하는 것이 다른 학교와 일단 구별됩니다. 특수전문대학원이 아니라 논문, 즉 연구를 통해 결과를 드러내야 해요. 우리는 과학수사를 단순히 실무적 차원에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학문으로써 정립하고 공부합니다. 여타 특수 대학원과 다르게 과학수사학에 대해 박사과정까지 두고 있어요. 학생들이 우리 학과에 오면 과학수사에 대해 체계적인 학문 탐구를 경험할 수 있는 거죠.

그렇다고 학문 정립에만 우리 학과 방향이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실무적인 부분도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과학수사라는 게 결국 실생활에 잘 쓰여야 의미 있는 것이니까 이론적 탐구만큼 실사례를 분석하고 적용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위해 대검, 국정원, 대형 로펌, 기업 등 현지 실무자들이 직접 강의합니다. 학생들 중에 이미 실무에 나가 있는 전문가들이 꽤 있어서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해요. 이번 신입생 중 대검에서 30년 간 문서감정관으로 재직한 학생이 있어요. 이 학생은 학생인 동시에 문서감정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므로 특별히 시간을 내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얻은 지식을 학생들끼리 직접 나누고 또 연습시키는 거예요. 나중에는 자신의 직장에 까지 데려갈 수도 있죠. 이를 기대하며 멘토-멘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무자인 학생과 전업 학생을 멘토-멘티로 연결해주고 있어요. 이런 점들이 여타 학교들과 달리 특별하지 않나 싶어요.

Q. 과학수사학과 수업 중 소개하고픈 수업이 있으신가요?

우리 학과에 개설된 과목 전부 특별하지만 몇 가지 특히 재미있는 수업들을 꼽아볼 수 있어요. 디지털 포렌식에 포렌식 개론 수업은 실제 사례를 갖고 학생들이 직접 수사해보곤 해요. 예를 들어 회사의 영업 비밀을 누설한 어떤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이 어떻게 회사 서버에서 자료를 빼냈고 이를 어떻게 빼돌렸는지 그 흔적들을 컴퓨터에서 찾는 거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교통사고나 건물 붕괴 사고 등의 사례를 분석해보기도 하죠. 독극물 분석 수업에선 마약을 분석해보기도 해요. 시료를 채취해서 북한산인지 러시아산인지 성분을 분석하는 등의 것들을 하죠.

Q. 졸업 후 학생들의 사회진출분야는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수사 기관으로의 진출이 가장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국가 공공 기관, 감사 기관, 기업체의 감사실 또는 선관위에서의 조사원, 보험회사의 보험조사관 등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민간조사업이 허용되면 그 쪽에서도 종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디지털 기기의 증거 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수요가 느는 상황이라 전망이 좋습니다.

Q. 과학수사학과 진학을 생각하는 학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과학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흔적’에서 자유롭지 않은 삶을 살게 돼요. IOT 같은 것들이 발달하며 우리의 거의 모든 행적이 곳곳에 남죠. 이런 행적들을 좇아 과거의 사건을 추론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 흥미롭지 않나요? 이런 것에 우리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과학수사 영역의 중요도와 필요성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청년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흔적을 역으로 추적해 나가는 것. 이를 단순히 범죄 수사 측면에 국한해서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과학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앞으로 더욱 크게 열릴 학문이니까 도전을 망설이지 말았으면 해요.

법이나 과학, 컴퓨터에 대해 지식이 깊다고 과학수사를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지식과 사회적 관심사를 밑바탕으로 한 융복합적 사고가 오히려 훨씬 중요하죠.

최재영 기자
이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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