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문화읽기 | 캠퍼스컬쳐

지금은 없어졌지만 몇년 전에 한국방송(KBS)에서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를 한 적이 있다. 연예인들이 노동 현장에서 하루 일을 하고 그 일당을 불우이웃에게 기부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소개된 일거리는 주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공장이나 논밭 혹은 해양, 바다, 뻘 같은 곳에서 하는 육체 노동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은 ‘삶의 현장’들이 있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중국집 아르바이트의 생생한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혹여 비슷한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학우가 있다면 도움이 됐으면 한다.

첫째 날

“주방일이 많이 힘들어요.” 기자가 중국집 주말 주방 아르바이트(알바)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들까, 작년에는 건설현장도 갔었는데. 그러나 첫날부터 기자는 땅을 치고 후회를 했다. 사장님 말씀을 들을걸. 아침 10시에 문을 여는 중국집은 바로 그날 쓸 재료 손질에 들어간다. 고기를 부위별로 나누어 담고 파와 목이버섯을 손질하고 면을 만들 준비를 한다. 주방에 처음 들어간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생전 처음 만져보는 중식 재료로 어느새 파를 다듬었다. 면접 때는 칼이나 불 쓸 일 없다고 하셨으면서.

재료 손질을 하면서 틈틈이 설거지를 한다. 그러고 나면 아침 식사 시간. 중국집이라서 그런지 아침부터 짜장면이다. 음식을 좋아하는 기자는 아무 생각 없이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 드는 생각. “아, 이 설거지 다 내 몫이구나.” 다시 설거지를 시작한다. 그러고 있으면 손님이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동시에 면을 삶는다. 면을 나누어 담고 조금 쉬려고 하니 다시 설거지 거리가 들어온다. 주말이라 그런지 외식하러 온 가족들이 많았다. 기자는 오늘이 첫 근무 날이다. 요령도 없이 주방에서 성실하게만 일하다보니 작업 속도가 느렸다.

사장님도 음식 내놓으랴 미숙한 직원 교육하랴 어지간히도 바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손님들이 하나 둘 식당을 떠나고 서빙하는 알바생들은 그릇을 산더미처럼 들고 오기 시작했다. 면 삶고 조금은 쉬나 했는데 아직은 쉬면 안 되나보다. 그릇을 어느 정도 닦으니 점심시간이다. 식당의 점심은 조금 늦게 진행된다. 한창 바쁠 점심과 저녁 사이에 잠깐 시간을 내어 밥을 먹는다. 의자에 앉으니 아픈 줄 몰랐던 다리가 비명을 질렀고 6시간 동안 젖은 발은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 나서 소화시킬 틈도 없이 저녁 재료 손질에 들어간다. 앉아서 목이버섯을 하나 둘 떼면서 손님이 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신은 평소 신앙심이 얕았던 신자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다. 그날 저녁은 점심보다 더 많은 손님이 몰려들었다. 다시 시작된 설거지들. 새삼 집에서 설거지를 해주시던 어머니의 위대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나 둘 손님들이 식당을 떠나고 기자는 아홉시쯤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래도 식당에서 알바를 해서 그런지 매 식사시간에는 맛있는 식사가 제공됐다. 하지만 의자에 앉은 다리는 장시간의 노동으로 후들후들 떨렸고 젓가락을 든 손 역시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일이 고돼서 그런지 식욕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주방장 아저씨가 맛이 없냐고 물었다. 그 소리에 “아니에요. 진짜 맛있어요”하며 입에 짜장면을 계속 넣었다.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마감준비에 들어갔다. 바쁘게 일하는 과정에서 사방으로 튄 음식물 쓰레기들과 식자재들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12시간 동안 마를 틈이 없던 손과 발은 물에 불어 흉측하게 변해 있었다. 마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등장하는 그루트의 피부처럼. 집까지 걸어가는 길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기자는 공원 벤치에 조금만 앉기로 했다. 비가 내렸다. 아, 그만둘까. 첫날의 후기다.

둘째 날

둘째 날은 여유가 생겼다. 당근 채를 썰고 양배추를 손질한 뒤 또 다시 면을 삶았다. 손님들이 가고 난 뒤에는 빠르게 설거지를 끝냈다. “오늘은 여유가 있나봐?” 세면대에 걸터앉은 기자를 보고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의 주방은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밖에는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누가 비 오는 일요일 오후에 짜장면을 먹으러 외출을 하겠는가. 평소 게으른 성격의 기자는 일이 없을 오후를 예상하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운동화가 아니라 공사장 용 안전화까지 신고 왔기에 물이 들어가는 일도 적어 더욱 쾌적한 작업환경이었다.

그날은 못 보던 알바생이 한 명 있었다. 홀을 담당하는 사람은 어제에 비해 한 명 더 많았다. 거기서 조금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호우 주의보가 내렸던 그날 저녁, 홀은 만석에 대기 손님까지 받았다. 면 삶기에 급급했던 나는 설거지까지 하기엔 너무 시간이 없었고 결국 설거지는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면을 다 삶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하나의 그릇을 닦으면 다섯 그릇이 내 옆에 도착해 있었고 세면대 옆 공간을 넘어 바닥까지 그릇이 쌓이는 참사가 벌어졌다. 저녁시간이 끝나고 한참 뒤까지 기자는 끝나지 않는 그릇의 행진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일요일엔 내가 짜OO티 요리사”라는 광고는 누가 유행시켰던 것일까. 기자는 ‘일요일엔 짜장면’이라는 문구를 유행시킨 사람을 저주하며 일 했다. 물이 떨어져 젖는 것을 막고자 신었던 안전화 안에는 땀이 차기 시작했으며 발뒤꿈치는 걸을 때마다 갈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기자가 일하는 도중에 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주말에 과외를 해줄 수 있냐는 문자였다. 마침 일이 힘들던 중이라 기자는 그 길로 사장님께 오늘까지만 일한다고 했다. 사장님은 주말 이틀 동안 일한 급여를 주신다며 계좌번호를 달라고 하셨다. 아직 입금 소식은 없다.


마치며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방학을 시작하기 전까진 말이다. 알바해서 돈을 벌고 공모전 입상을 통해 실적을 쌓고 어학공부를 해서 스펙을 마련하는 등 방학 전까지 우리의 계획은 항상 완벽하다. 그러나 대부분 방학 도중 계획이 어긋나거나 실천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많다. 그러다보면 계획을 달성해야한다는 급급함에 쫓겨 성급하게 일을 벌이는 일도 있다. 필자의 경우도 그렇다.

알바를 통해 돈을 벌고 싶었다. 중국집 주방일이 안 좋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개개인의 조건에 맞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주방 일을 하기엔 여러모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모하게 도전했다. 체력도 모자랐고 일처리 속도 역시 경험이 부족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물론 주방 일을 계속했으면 필자도 경험이 쌓여 편하게 일 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학우 여러분 모두 방학 중 활동을 하는데 필자처럼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은 좋았지만 일이 너무 많아 힘들었던 중국집에서의 이틀은 그렇게 끝이 났다.

노한비 기자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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