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문화읽기 | 캠퍼스컬쳐

‘나는 혼자’

햇살이 따스한 4월의 어느 날 점심, 필자는 종각에 있는 우동 집에 갔다. 몇 분이냐고 묻는 직원의 말에 혼자라고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1인분을 시키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점심시간이라 손님들이 많았고 곧 음식점의 모든 자리가 찼다. 그 중에는 혼자 온 손님도 꽤 많았다. 호기심을 가진 필자는 혼자 온 손님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점심 1시간 동안 온 손님은 30명 정도. 그 중 총 10명의 손님이 혼자 식사를 즐기고 나갔다.

최근 우리나라는 ‘혼자’라는 키워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밥도 혼자, 여가도 혼자 즐기는 문화가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혼자 사는 연예인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혼밥’(혼자 밥 먹기)과 ‘혼술’(혼자 술 마시기)을 주제로 한 드라마도 제작한 적 있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는 트렌드에 맞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첫 회 당시 2.9%였던 ‘혼술남녀’의 시청률은 마지막 화에선 자체 최고 시청률 5.8%를 기록했다. 초반에 비해 두 배 정도 오른 시청률은 드라마 속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다는 말이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역시 201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으며 방송되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혼자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거부 반응을 느꼈다면 두 프로그램은 어땠을까? 반발 혹은 무관심 속에서 조기 종영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혼자 밥을 먹는다든가 혼자 영화 보러 가는 것을 꺼리곤 했다.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권민희 (경제, 16) 학우는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혼자 먹으면 재미가 없다. 배를 채우려고 먹기보단 다른 사람들과 웃으면서 즐거움을 얻기 위해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 한다. 같이 먹을 사람이 없으면 끼니를 거르거나 대충 때우는 편이다.” 그의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의식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간편식 시장 매출 규모는 1조 6,720 억원이다. 이 수치는 4년 전과 비교해 51% 성장한 수치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은 2015년 1,329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는데 2년 전에 비하면 약 70% 성장한 수치이다. 수치를 따져 보아도 혼자 간편하게 식사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수 대비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1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대비 30%정도로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혼자 밥 먹는 것 이외에 홀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경기 콘텐프코리아랩에 따르면 혼자 영화를 보는 관객은 2011년 8.4%였다. 하지만 2015년 10.1%까지 늘어났고 1인 여행객 수도 2013년 7만 8천 명에서 2015년 20만 6천명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혼자만의 문화가 성행하다보니 이들의 경제활동을 일컫는 신조어 역시 등장했다. 머니S의 보도에 따르면 ‘1인’과 ‘경제’의 합성어인 일코노미는 1인 가구로 인해 생겨난 경제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혼밥뿐만 아니라 ‘혼술’, ‘혼영’, ‘혼행’ 등 다양한 문화 산업에서 1인 가구의 영향력과 구매력은 상승하고 있고 이에 따라 그들을 타겟으로 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선진국은 개인을 위한 1인 칸막이 식당이라든가 1인 전문 고깃집 등이 성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1인가구의 증가에 따라 해외로부터 1인 전문 상품 및 서비스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사람들은 ‘혼자’가 돼 가고 있을까?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점차 ‘자발적 외톨이’가 되어 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를 통해 혼자 노는 사회를 설명하고 있다. 사회가 점차 경쟁적으로 변함에 따라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여럿보다는 혼자가 편하다는 인식이 증가한 것이다. 더불어 과거보다 사람들과 만날 창이 많아지면서 과도한 인간관계에 따른 피로와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이다. 과거의 한국을 살펴보자. 소규모의 마을 속에서 사람들은 좁고 끈끈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웃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고 경조사를 함께 나누는 마을 공동체를 지향했다. 한 집 내에서도 여러 세대가 같이 살곤 했다. 그러다보니 혼자 밥 먹는 상황은 특수한 경우 였을 것이다. ‘특수’하다는 것은 일상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혼자 밥 먹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일상적이지 않은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오해받기 쉬우니까.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생활환경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예전처럼 대가족이 살기엔 힘든 환경이 됐다. 더불어 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던 일부 사람들은 도시로의 이사를 거부했다. 전국 각지에서 한 명 두 명, 많아야 네 명 단위로 모여든 사람들은 좁은 아파트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하루 10시간씩 일 했다. 낯선 환경과 적은 임금, 그리고 경쟁적으로 돈을 벌던 당시 사회 속에서 점차 사람들은 내 주위에 누가 사는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게 됐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혼자 밥 먹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결코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 누구 아는 사람 없이 외롭게 끼니를 해결했으니까. 혼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점차 강화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산업은 점차 발전하고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게 됐다. 내 옆에 누가 살고 있는지 관심 없었지만 그보다 훨씬 사람들을 만날 창구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인간관계의 가지 수는 과거 산업화 이전 마을 공동체였을 때보다 몇 배 단위로 증가했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800년대나 2010년대나 동일하게 하루 24시간이다. 하지만 만나야할 사람과 마주치는 사람의 수는 몇 배 이상으로 늘었고 여기에 일까지 겹치다보니 사람들의 감정은 지속적으로 소모됐다. 스트레스 역시 계속해서 증가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혼자만의 시간이 등장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유행하고 있는 힐링이라는 트렌드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 늘어나는 일과 인간관계 속에서 소모되는 감정. 그러나 혼자일 때는 오롯이 나만을 위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놀 수 있다는 것이 혼자 논다는 것의 최대 장점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일과 사람에 치이며 사니까 가끔은 나만을 위한 ‘힐링’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현대인의 욕구가 혼자 놀기 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가끔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해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병리적 현상 중 하나로 은둔형 외톨이는 집 안에만 칩거한 채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혼자 놀기 문화가 자칫 사회적 접촉 자체를 거부하는 은둔형 외톨이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항상 주변 환경에 치이다보면 나만의 시간이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때문에 우리에겐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는 것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날씨도 따뜻해지는 요즘 건강한 ‘혼자 놀기’ 문화를 통해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노한비 기자
신도현 기자

기사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