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수업속으로 | 캠퍼스컬쳐

영어영문학과 수업은 크게 영어학, 영문학으로 나뉜다. 필자는 다양한 생각들이 모두 정답이 될 수 있는 영문학보다는 언어적 현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영어학 수업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필자의 성격에는 문학 수업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학기, 꼭 듣는 문학 수업이 있다. 바로, 션노르만딘 교수의 영미시 수업이다. 지난 학기에는 영미시입문을 수강했고, 지금은 중세르네상스영시를 수강 중이다. 왜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필자가 이 교수의 수업은 챙겨 듣고 있을까? 이번 수업속으로에서 션노르만딘 교수의 ‘영미시입문’을 소개한다.

수업방식

교재가 따로 있지 않다. 매 학기, 한 학기동안 배울 시들을 정리한 유인물을 교수가 나눠준다. 매주 1~2편의 시를 배운다. 소설을 다루는 다른 문학수업보다는 확실히 부담이 덜 한 편이다.

이 수업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대학 수업’답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다양한 해석을 존중하는 문학의 특성 상,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두드러지는 편이다. 교수는 강의는 학생들이 배우러 오는 자리지, 자신이 배우러 오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교수의 생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학생들이 배우러오는 자리이기에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수업을 항상 “지난 시간에 배웠던 것이나 이번 시간에 배울 내용에 대해서 질문 있나요?”라고 말하며 시작한다. 강의는 오롯이 학생들의 질문에 의해 진행된다. 한 학생이 질문을 하면, 다른 학생들이 그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고, 교수가 마지막에 이 내용들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보면, 강의가 체계적이지 않을 것 같을 뿐더러, 시험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교수의 강의를 들어보면 자유롭지만 그 속에 체계가 있다. 시험공부에 대해서는 평가 방식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평가방식

이 강의의 평가방식은 학생들이 선택하며, 학생들마다 평가방식이 다를 수 있다. 여기서 많이들 의아해 할 것이다. 필자도 이런 수업은 처음이었다. 평가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트랙이 있다. 첫 번째 트랙은 수업참여 10%, 중간고사 20%, 기말고사 30%, 과제 30% 그리고 발표 10%이다. 두 번째 트랙은 발표가 없는 대신 과제 성적반영비율이 40%다.

수업참여 10%는 수업에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수업에 잘 참여하면 된다. 수업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나누면 된다. 교수는 학기를 마치고 출석부에 나와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이 학생은 좋은 질문을 많이 했어”라고 생각이 들면 참여 점수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점수가 갈려봐야 고작 2점정도 차이지만 2점 때문에 학점이 갈릴 수도 있다. 더하여, 이 수업에 사유 없이 두 번 결석하면 F를 받는다.

중간고사는 객관식 20문제와 에세이 1문제로 이뤄진다. 문학의 특성 상,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객관식 문제들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들에 대해서만 묻는 문제로 구성되어있다. 에세이 문제는 시험 2주정도 전에 주제가 아이캠퍼스에 올라온다. 2가지 주제가 제시되는데 그 중에서 무작위로 1가지 주제가 시험에 나온다. 수업을 잘 듣고 배운 점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펴내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교수는 중간고사는 교수의 문제 출제 방식을 처음 체험하는 학생들을 위해 성적반영비율을 20%로, 비교적 낮게 했다고 말했다.

기말고사 30%는 문제 유형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 객관식 20문제나, 객관식 10문제에 에세이 1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보면 된다. 중간고사 결과에 따라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생각해서 고르면 된다. 문제 유형은 중간고사와 똑같다.

과제는 딱 한 번이고, 30~40%이다. 한 학기동안 배운 점을 바탕으로 각자 주제를 정해서 시를 분석하거나, 자신이 직접 시를 창작하고 이에 대한 설명과 교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으면 된다. 이 또한, 기말고사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논리’인 듯하다. 과제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나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면 언제든지 교수에게 연락하면 된다. 교수는 항상 학생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평가 방식, 시험 방식, 심지어는 과제조차 자신이 직접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고, 그래서 그런지 어느 하나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다.

수강생에게 한 마디

사실 필자는 어학 수업만 들으려고 했는데 졸업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 교수의 영미시 입문을 수강했다. 소설과 같은 호흡이 긴 글들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나마 길이가 짧은 시 수업을 선택한 것이다. 이렇듯 우연찮게 수강한 강의이지만 다양한 생각을 진심으로 존중해주는 교수의 열린 마음에 감동했다. 강의를 들어보면 정말 이런 부분이 느껴질 것이다. 아직 영미시를 제외하고는 다른 문학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다른 강의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지만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필자가 이 교수의 영미시 강의를 챙겨 듣는 가장 큰 이유이다. 물론, 처음에는 교수의 수업 방식이 익숙지 않아서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수업 방식에 적응하면 강의라기보다는 세미나처럼 느껴질 것이다. 문학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데 텍스트가 긴 소설들이 부담스럽다면 이 교수의 시 수업부터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재영 기자
김태경 기자

기사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