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독자투고

글 : 김규현 (글로벌 경제16)

케냐에서 첫 번째 날이 지나고 설레는 두 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이 되자 숙소 카운터로 밥을 먹기 위해 갔습니다. 아침 먹는 곳에 갔더니, 제가 케냐에 대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미디어에서 종종 본 아프리카 기아들을 돕자는 공익광고 때문일까요. 케냐 숙소에서 주는 아침이 소박하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생각이 착각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듯, 유럽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는 식단이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빵이면 빵, 커피면 커피, 우유면 우유,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그런 식사였습니다. 언론에서 접하는 아프리카가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엄청 어색하고 무안했던 케냐에서의 첫 아침 식사를 마쳤습니다.

아침 식사 후 숙부의 사파리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레이크 나이바샤 국립공원을 갔습니다. 케냐의 도로망이 개발되지 않아 가장 번잡한 나이로비 안에서도 대부분 4차선 도로입니다. 이마저도 포장이 덜 된 흙길인 경우가 많습니다. 첫날에는 나이로비에만 있어서 도로가 괜찮다고 느꼈는데 나이로비를 벗어날수록 낙후된 도로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이로비를 벗어나서 다른 도시로 향하는 도로가 모두 왕복 2차선입니다. 한국에서는 앞 차가 조금 느리게 가면 추월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케냐는 편도 1차선이라 앞 차를 추월하려면 역주행을 해야 합니다. 케냐는 지금 급격히 발전 중입니다, 짐으로 꽉꽉 찬 화물차가 정말 많아서 제대로 된 속도를 내기 힘든 구간이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목적지에 빨리 가고 싶다면 옆 도로로 역주행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매번 앞 차를 추월하려고 역방향의 도로로 들어섰습니다. 역주행 할 때 마다 우스갯소리로 목숨을 담보로 분노의 질주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앞차가 가는 대로 갈 수도 있으나, 빨라야 시속 20km밖에 내지 않는 화물차 뒤에 있기가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운전자에게 불편한 환경도 힘들었습니다. 케냐는 자연환경과 동물을 매우 사랑하는 나라라고 합니다. 덕분에 한 그루의 나무를 베고 싶어도 나라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열 배에 달하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케냐는 도로에 소나 염소와 같은 가축이 자유롭게 노닥거립니다. 누워있기도 하고, 한가로이 서있기도 합니다. 가축을 돌보는 소년도 차가 지나가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가축들이 모두 안전하게 지나가야, 차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케냐에서는 모든 차가 가축 먼저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차선이 2개밖에 없는데다 가축들은 계속해서 차선을 침범하니 차가 한국처럼 쌩쌩 달릴수 없습니다.

나이로비에서 레이크 나이바샤 국립공원까지 거리는 100여 km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요. 케냐에서는 그 두 배인 세 시간이 걸립니다. 이것도 목숨을 건 역주행을 감행해서 소요된 시간이니, 자전거보다 느린 화물차 뒤에서 엉금엉금 왔다면 아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때쯤 도착할겁니다. 그렇게 세 시간을 달려 레이크 나이바샤 국립공원에 도착하고, 짐을 숙소에서 풀었습니다.

케냐 호텔에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서비스가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내리면 호텔 관리인이 저희를 반갑게 맞이하며 물수건과 오렌지 주스 한 잔을 주는 것입니다. 흙 길인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니 온몸이 모래로 뒤덮여서 몸을 닦으라고 물수건을 준비하고, 답답한 목을 시원한 주스로 풀라고 주스를 준다고 합니다. 차에서 내리면 짐을 옮기려고 대기하는 관리인도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짐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바로 짐을 가지고 숙소로 안내합니다.

사실 이것이 케냐 호텔의 전통인지, 팁을 바라고 하는 행동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관리자 에게 매번 감사의 의미로 팁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주는 팁은 우리에게는 큰돈이 안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큰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숙소에서 짐을 풀고, 사파리 탐험을 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레이크 나이바샤 국립공원은 케냐 국립공원 중에서 유일하게 걸어서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다른 곳들은 육식동물이 우글대는 곳이라 걸어서 이동하면 포식자의 먹이가 되기 쉽지만, 이곳에서는 오로지 초식동물만 살아서 걸어서 구경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름에 호수가 떡 하니 쓰여 있는 국립공원답게 바다와 같은 끝없는 호수가 펼쳐졌습니다. 저희 일행은 그 호수를 공원관리자와 함께 보트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보트로 이동하면서, 여러 이름 모를 새들, 공기를 쐬러 물 밖으로 나온 하마들, 물고기를 사냥하는 독수리들을 봤습니다.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의 현장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보트를 타고 육지에 도착해 공원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동물들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차를 타는 것도 아니고 초원을 걸으면서 말이죠. 기린, 버팔로, 가젤, 누 떼, 얼룩말들이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천지에 널려있었습니다. 동물들을 볼 때마다 저희 일행은 탄성을 지었습니다. 눈앞의 광경이 정말로 신기했거든요.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가까이에서 동물들을 봤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초원 한가운데에서 동물들과 함께 있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황홀했습니다.

날이 어둑어둑 지기 시작하자, 우리 일행은 숙소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첫날은 평범한 숙소에서 지냈다면, 두 번째 날에는 레이크 나이바샤 국립공원 안의 Sopa Lodge라는 호텔에서 지냈습니다. 특이한 점은 호텔의 Reception 및 레스토랑이 잠자는 방과 조금 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왜 별일이냐고 묻는 분들도 있겠지만, 호텔 Reception과 방이 떨어져 있어 몇 분 걸어야 합니다. 비록 초식동물이 사는 국립공원이라 해도 밤에는 야생동물이 돌아다닙니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호텔이라서 그런지 야생동물들이 밤만 되면 조명이 있는 호텔 근처로 몰려들어서 그로 인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밤에 Reception 장소에서 방으로, 혹은 방에서 Reception 장소로 이동하고 싶으면 호텔 경비원과 함께 이동해야 했습니다. 케냐가 아니라면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날이 밝고 주위를 살펴보니 야생동물의 분변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레이크 나이바샤 국립공원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다음 장소인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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