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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글 : 임경희 님

영화는 굉장히 대중적인 취미생활 중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의 인구 대비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영화는 우리 생활과 아주 가까이에 자리한 문화예술이다. 2000년대 이후 멀티플렉스(극장, 식당, 비디오 가게, 쇼핑 시설 따위를 합쳐 놓은 복합 건물)의 등장으로 접근성이 높아지고 여타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문화예술에 비해 비교적 싼 값으로 판매되면서 영화는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된 영화는, 개중에서도 특히 '잘 만든' 영화는 단순히 개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런 영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처음 영화가 등장한 1895년에는 열차가 역에 도착하는 장면을 찍은 50초짜리 짧은 영상을 '영화'라고 불렀다. 그에 비하면 현재의 영화는 길이, 내용, 촬영 방식 등 모든 면에서 1895년과 비교해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기술 발전이 거듭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정교해졌고, 이 정교함으로 사람들에게 잠깐이나마 영화 속 세상, 즉 가상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두 시간 동안 어두컴컴한 상영관 안에서 현실과 떨어져 가상의 이야기를 즐기며 그 속에 몰입한다.

이처럼 영화가 제공하는 가상 속 이야기에 몰입하며 사람들은 삶과 관련된 중요한 무언가를 느끼거나 깨닫거나 되새기곤 한다. 잊고 있던 옛사랑부터 현실에 지쳐 놓아주었던 꿈, 일상에 묻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소소한 배려까지, 영화는 사람들이 삶에 존재하고 있었으나 생각할 기회가 없었던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회가 사람들에게 숱한 상영작들 속 하나의 영화를 '한 편의 영화'로 기억하게 한다. 즉, 어떤 영화는 사람들에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영화가 아니라 어떤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 영화에는 그 영화에 유독 '맞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이나 영화 속 인물들의 생각에 동감하는 사람들, 영화가 건네고 있는 메시지에 깊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본 그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들은 영화가 가상에서부터 현실로 걸쳐 놓은 다리를 발견하고 그 다리를 건너 온몸으로 가상을 경험한 것이다.

이때 사람들이 '한 편의 영화'로 기억하는 영화는 모두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여태까지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사람들은 같은 삶을 살지 않으며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처를 입어 일과 사랑을 놓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고,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다. 인간사에서 존재해왔고 지금도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있는 계급투쟁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편의 영화'로 <설국열차>를,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변호인>을 '한 편의 영화'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경험에서부터 사회에 대한 통찰까지, 사람들의 삶과 관심사가 아우르는 영역은 방대하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한 영화를 '한 편의 영화'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반대로 생각하자면 한 영화를 '한 편의 영화'로 꼽은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삶과 관련된 중요한 무언가를 재고해 봄과 동시에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다.

또 다른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은 스크린을 통한 생각의 교환이다. 일방적인 듯 보이지만 쌍방적이며, 평소 꺼내놓기 어려웠던 주제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어 누구나 말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영화는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숱한 영화 중에서 '한 편의 영화'를 꼽을 수 있다는 것은 비단 개인 혼자만의 공감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까지 이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영화가 굉장히 대중적인 취미생활 중의 하나로 각광받으면서 예매율이나 누적 관객 수를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영화를 '킬링타임' 용으로만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스크린 앞을 떠나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국의 연간 영화 관람 횟수는 세계 1위지만 한국에서 영화가 갖는 메시지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다. "여태까지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대사회에서 영화는 더는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대한 문화예술이다. 영화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지금, 과연 내 '한 편의 영화'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사색의 주제가 될 것이다.

송예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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